시골 35

더위를 잊은 주말

주말이 휙 지나갔다. 가까이 사는 큰아들과 멀리 지내는 작은아들이 오면 주말은 북적댄다. 전에는 종종 금요일 저녁에 모여 집밥이 최고라는 아들의 애교에 으쓱하며 웃고 남자 셋이 도란도란 술잔을 주고받으며 나누는 이야기는 꽃이다. 이제는 각자 직장과 취미활동으로 점점 뜸해진다. 남편은 이번 주말에 친구들이 놀러 온다고 한다. 다행히 마을사업으로 지은 마을 찜질방 펜션에서 1박을 하기로 한다. 친구와 통화하다 느닷없이 모임 약속이 잡힌 것이다. 듣자마자 "일요일이 어머님 제사인데......."라는 말을 꺼낸다. "토요일이고 내가 다 알아서 할게,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마" 한다. 알아서 한다는 그 말에 또 속아 넘어간다. 토요일은 문학 활동으로 아는 분의 자녀 결혼식도 가고 싶고 제사는 큰집에서 지내지만 마음..

일상을 담다 2023.07.11

풀 향기는 내가 첫 번째~

풀 향기는 내가 첫 번째~ 끼니를 잊을 만큼 봄볕이 좋은 한낮입니다. 오가며 눈독을 들이던 쑥이 잘 자랍니다. 옅은 하얀빛이 감돌며 솜털까지 보이는 어린 쑥은 '예쁘다' 소리부터 하게 됩니다. 마당 돌담 사이로 듬성듬성 보였던 쑥이 수북수북 내 땅 자랑하듯 크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니 카메라에 찍히는 대접까지 받습니다. 지나가는 어르신이 한 주먹씩 캐가기도 합니다. 봄만 되면 쑥국은 기본이고 쑥버무리와 쑥개떡을 만들어 먹는데요, 특히 쑥개떡은 일 년 내내 먹는 간식입니다. 쑥 캐는 재미와 만드는 재미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봄 농사가 슬슬 준비되는 요즘, 논밭이나 길가 풀밭에 제초제를 뿌리기 전에 서둘러야 합니다. 마당 돌담 사이에 자란 쑥부터 바구니에 담습니다. 핸드폰으로 좋아하는 ..

일상을 담다 2023.04.07

동지 팥죽, 따뜻한 마음을 먹는다

동짓날 추위가 대단합니다 눈이 그치고 비까지 내린 길은 추위까지 더해져 아차 하면 대책 없이 넘어지는 빙판길이 되었습니다. 이럴 때는 꼼짝하지 않고 집에 있고 싶습니다. 어느 시인은 일 년 중 가장 밤이 긴 날이 독신의 날이라고 말하던데 긴 겨울밤 동짓날을 그냥 지나가기가 서운합니다. 집에 팥도 있겠다 한 끼 정도 먹을 만큼 팥죽을 쑤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전날 삶아 놓은 팥을 믹서기에 갈고 불려놓은 찹쌀을 넣고 끓여줍니다. 찹쌀가루로 새알심을 만들어 끓는 물에 동동 떠오를 때까지 익힙니다. 예전에 부여읍 내 팥죽 맛집으로 알려진 식당에서 나박김치를 맛있게 먹고 집에서도 팥죽을 쑤면 나박김치를 담습니다. 마음은 벌써 팥죽과 김치통을 들고 엄마 집에 들러 언니 집에 다녀옵니다. 옆집 어르신도 생각나 나박..

일상을 담다 2022.12.23

하얀 눈이 찾아왔다~

오늘 아침도 눈길을 걷습니다 눈다운 눈이 첫눈이라며 좋아하던 것도 잠시, 단짝처럼 찾아온 추위가 계속 이어집니다. 이번 겨울에 몇 번이나 신을 수 있을까 하며 신발장 구석에 두었던 털 장화를 신습니다. 귀까지 덮는 털모자를 쓰고 장갑도 챙깁니다. 아무리 추워도 아침 걷기 운동은 거를 수가 없습니다. 어쩌다 게으름을 피우는 날에는 종일 찌뿌듯합니다. 문밖을 나서자마자 느꼈던 추위는 걸음 수만큼 몸 안에서 열이 납니다. 제때 눈을 치운 길은 햇빛 받아 환합니다. 그늘진 곳은 쌓인 눈이 단단해지고 군데군데 반들반들한 빙판길입니다. 성큼성큼 걷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바짝 긴장합니다. '힘을 빼고 천천히.' 시 낭송을 배우며 많이 들었던 말인데 오늘 아침 빙판길에서 그 말이 툭 나옵니다. 힘을 내야 할 때가 있고 ..

일상을 담다 2022.12.20

양파 모를 심다

곱게 물들어가는 부소산에 아침 운동부터 다녀온다. 전날 친정 언니 옆집에서 양마 모를 만 원어치 샀다. 나중에 풀매기 힘들다고 아예 비닐까지 챙겨준다. 고구마를 캐고 난 자리에 땅을 편편하게 고르고 비닐을 씌운다. 때마침 자전거를 땀나도록 타고 온 남편이 거들어 주니 금방 끝난다. 양마 모를 심기 좋게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이 뚫린 비닐이다. 금방 심겠다고 했는데 어찌 쉽게 구멍이 줄어들지 않는다 심은 자리 보다가 뒤돌아 남은 구멍을 바라본다 농사일을 하면서 나름 힘들 때마다 혼자 하는 말이 있다 '운동한다 생각하자, 다이어트한다고 생각하자' 그러면 정말이지 힘이 덜 들고 즐거워진다 어느새 줄어든 양파 모를 보니 힘이 더 난다 구멍마다 줄을 선 듯 양파 모가 예쁘기까지 하다. 텃밭 일은 보통 내 몫이지만 ..

일상을 담다 2022.11.09

논에 풀 뽑는 아침~

오늘 아침은 고봉밥으로 한 그릇 비웁니다. 매일 아침 걷기 운동 대신 집 앞 논으로 향합니다. 작년에 신은 긴 장화를 신고 한쪽면이 코팅된 면장갑을 낍니다. 얼굴이 푹 들어가도록 큰 모자를 쓰면 논에 들어갈 채비가 끝납니다. 어린 모가 뿌리를 잡고 새끼를 치고 연둣빛은 어느새 초록으로 출렁거리며 잘 자라고 있습니다. 요 며칠 남편은 논에 풀을 뽑아야 한다고 노래를 합니다. 취미활동으로 일주일을 바쁘게 보내다 보니 은근 눈치도 보이고 미안합니다. 토요일은 마음먹고 아침 일찍 논에 들어가 풀을 뽑아냅니다. 올해는 미리미리 제초제를 잘 뿌려서 인지 작년만큼 보이지는 않습니다. 물을 빼고 난 후 어느 정도 단단해져 논바닥의 모 사이를 걸을 때는 막 달려가고 싶기도 합니다. 그러다 군데군데 물이 고여있는 곳은 푹..

일상을 담다 2022.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