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

추억하며 먹는 보름밥과 나물

LO송이VE 2020. 2. 8. 06:48

정월대보름 전날, 나물 몇 가지와 잡곡찰밥을 했습니다.

친정엄마는 며칠 전부터 작년 늦가을에 말려 둔

씨래기와 장로잎, 취나물을 물에 불려 삶아놓고

갖다 먹으라고 합니다.


남편은 친구 집에 설명절 인사드리러 갔다가

찹쌀 한 자루를 들고 왔습니다.

찰밥과 약밥을 좋아하는 저는 '어디서 난 찹쌀이야' 하며 두 손을 번쩍 내밉니다.

엄마와 반반 나누고 밥 할 때 마다 꼭 찹쌀을 넣어 먹는 지인에게도 보내드렸지요.


요즘 들어 통 입맛이 없다는 남편을 위해

무생채와 시금치로 겉절이를 했습니다.

두 아들은 햇나물은 데쳐서 들기름으로 무쳐주면 잘 먹는데

이상하게 묵은 나물은 여전히 손도 대지 않습니다.

들기름으로 노릇하게 부친 두부만 맛있다고 잘 먹습니다.

호두를 좋아하는 큰아들과 곶감을 좋아하는 작은아들을 위해

곶감호두말이도 만들었습니다.

작은 아들은 군대 훈련소 시절, 처음으로 곶감을 먹어봤다는데

그렇게 맛있는 줄 처음 알았다며 집에 오면 종종 냉동실 문을 열어봅니다.

생 땅콩도 금방 팬에 볶았더니 고소한 맛이 기가 막힙니다.

신선한 바삭함으로 자꾸만 손이 갑니다.


어려서는 보름 전날 저녁부터 동네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다니며

얻어먹는 밥이 참 맛있었습니다.

깡통이란 깡통은 다 모아다가 못으로 구멍을 내고 솔가지를 주워

정신없이 쥐불놀이도 했습니다.

밤늦게까지 달구경하며 놀았던 친구들이 떠오릅니다.

생각만 해도 배불러지는 추억입니다.

오늘밤은 둥글게 환하게 뜬 보름달 구경을 실컷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