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41

고소한 가을 맛을 보다

뭘 해도 좋은 아침을 맞습니다 한 가지 일을 즐겁게 마치고 나니 하기 싫었던 일들도 성큼 손에 잡힙니다. 약속된 일에 마음을 쓰며 호미를 들지 못했던 텃밭을 이제야 눈이 갑니다. 배춧잎은 자리를 채워가듯 크고 어린 무잎도 무성하게 잘 자라 솎아줘야 합니다. 영글기를 바라며 미뤘던 땅콩을 캡니다. 미리 두어 줄기 캐서 맛을 보긴 했는데 어찌 크기도 작고 야무지지 못한 것이 영 시원찮습니다. 다글다글 달려 나오는 땅콩이 좋아서 호미질이 빨라집니다. 금방 캔 땅콩은 쪄서 먹는 맛이 참 좋습니다. 그 맛에 해마다 땅콩을 심습니다. 맛을 올리려고 소금도 잊지 않고 넣어 삶습니다. 나머지는 아까울 정도로 좋은 가을볕에 바짝 말립니다. 손끝이 아플 정도로 단단해진 껍질을 벗겨 노릇하게 볶습니다. 진동하는 고소한 냄새..

일상을 담다 2022.09.21

텃밭 비닐 씌우는 손길~

주말이 되면 집이 환해집니다. 가까이 사는 큰아들과, 조금 멀리 사는 작은아들이 함께 하는 주말입니다. 거실과 방에 널브러져 있는 아들 물건들도 예쁘게 보입니다 예전 같으면 '엄마 잔소리 또 시작이다' 소리를 들었을 텐데 말입니다. 아침 일찍 집으로 온 큰아들은 텃밭에 비닐을 씌우자고 서두릅니다 오랜만에 집에 와서 달게 자는 작은아들을 깨웁니다 혼자 슬슬 해도 되는 일을 아들과 하고 싶은 엄마 마음입니다. 감자와 고구마, 고추, 땅콩 등을 심을 자리를 나눠 신이 나서 일러줍니다. 봄바람은 심술 난 듯 이리저리 비닐을 사정없이 흔들어 대서 삐뚤빼뚤 반듯하지 않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어릴 때부터 고사리손을 보태던 착한 아들입니다 엄마는 형제가 같이 하는 모습이 좋고 또 좋아서 카메라에 보물처럼 저장합니다.

일상을 담다 2022.04.26

텃밭 봄맞이~

봄기운이 쑥쑥 오르면서 텃밭을 둘러보게 됩니다 겨울을 나느라 시든 풀은 힘없이 붙어 있어 손으로도 쏙쏙 잘 뽑힙니다. 차츰 땅속에서 뿌리의 힘이 다시 커지겠지요. 주말마다 조그만 텃밭을 또 가꾸는 재미를 가져야지요. 큰아들은 남편을 따라 논밭으로 손을 보탭니다. 한창 젊고 빠릿빠릿해서 옆에서 척척 잘 도와줍니다. 풀이 정리된 텃밭을 보니 마음까지 개운해집니다. 풀 나지 말라고 옆집에 남은 입상 퇴비를 갖다 덮어둡니다. 감자 심을 준비를 해야합니다. 작년보다 조금 더 심어볼까 욕심을 냅니다.

일상을 담다 2022.03.13

팥 심는 아침~

밤낮 없는 더위가 대단한 요즘입니다. 여름 더위가 무섭게 뜨거워도 풀은 무성하게 잘 큽니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마음 쓰는 일에 여러 날을 보냈습니다 보름 넘도록 나 몰라라 하며 무심했던 텃밭의 풀부터 뽑았습니다 초복 날 즈음에 심는다는 팥을 중복이 지나서야 생각났습니다. 아무래도 늦은 감이 있어 아예 물에 불려서 심었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시어머니가 해팥을 넣고 밥을 해주셨는데 그 밥맛이 어찌나 좋았던지 오래도록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더라고요. 매번 주위에서 얻어다 먹었는데 올해는 조금이라도 심어서 먹어야지 했습니다. 날이 환해진 새벽에 시를 읽거나 컴퓨터 앞에 있는 것보다 지금은 텃밭이나 집 주변을 둘러보며 이것저것 치우면서 보내는 날이 많습니다. 더위에 지쳐가며 땀으로 흠뻑 젖어도 괜찮..

일상을 담다 2021.07.22

사뿐사뿐한 7월의 첫 발걸음~

아침 6시, 마을 산책에 나섭니다. 산책이라야 집 주변에 논밭을 빙빙 돌아가며 걷는 것이지요. 남편은 출근대신 하루 휴가를 즐기듯 골프 모임을 나가고 내 차를 갖고 가는 바람에 발이 묶였습니다. 매일같이 부소산을 오르는 일로 하루를 시작했는데 오늘은 눈감고도 다닐 만큼 훤한 동네 길을 걷습니다. 아침 공기가 주는 그 상쾌함이 가득합니다. 날이 새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길가 텃밭에서는 벌써 어르신이 긴 호미를 들고 들깨밭을 박박 긁고 계십니다 다른 한쪽에는 양송이 퇴비가 모락모락 김을 피우며 익어갑니다. 멀리서 퇴비 뒤집는 포클레인 소리도 들립니다. 마을의 아침은 뜨거운 한낮을 피해 부지런히 시작하고 있습니다. 7월의 첫날을 활기차게 맞이합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1.07.01

주렁주렁 익어가는 강낭콩~

올해는 봄 가뭄 없이 텃밭 작물들이 아주 좋습니다. 잘 자란 강낭콩이 주렁주렁 통통합니다. 작년 경험을 삼아 올해는 뜨문뜨문 두세 개씩 씨를 심었거든요. 공간이 주는 여유는 텃밭 작물에도 표가 납니다.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쏟아질 거 같아 서둘러 강낭콩 잎줄기를 들춰가며 똑똑 따내는데 어찌나 즐겁던지요.ㅎ 파슬파슬 고구마 맛이 나는 강낭콩을 좋아합니다. 그것도 찰밥으로 해 먹으면 더 좋고요. 길어지는 장마철에는 멥쌀 빻아다가 강낭콩과 건포도를 솔솔 뿌려 강낭콩 백설기를 쪄 먹어도 좋지요. 이번 주말에는 친정식구들과 모이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떡을 해야겠지요. 서울 사는 오빠와 친구한테 보내고 여기저기 나눠먹고 남는 것은 냉동실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추억을 꺼내 먹 듯 그 맛을 틈틈이 즐겨야겠습니다.

일상을 담다 2021.07.01

감자 캐는 휴일~

휴일 아침 밀린 텃밭일을 합니다. 요 며칠 한 가지에 집중하며 긴장하던 일이 끝났습니다. 결과가 좋았으면 무척이나 으쓱하며 자랑을 했을 텐데 경험만 쌓고 왔습니다. 잔뜩 풀이 죽은 마음을 텃밭일로 달래고 있습니다. 남편과 큰아들은 논에 풀을 뽑고 저는 감자를 캤습니다. 자주 내리는 비에 썩지는 않았을까 걱정을 했는데 감자알이 굵습니다. 양파도 조금, 감자는 두 이랑 심었는데 제법 양이 나왔습니다. 뿌리고 가꾼 만큼 거둔다고 심어만 놓으면 이렇게 수확의 기쁨을 누립니다. 강낭콩도 주렁주렁 달려 영글어 가고 대파는 자리 잡고 꼿꼿하게 크고 있습니다 오이도 한 두개 씩 크는 대로 따먹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고추도 가지도 곧 먹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쪼그리고 앉아 흠뻑 땀 빼고 흙냄새, 풀냄새에 기분이 한결..

일상을 담다 2021.06.20

텃밭, 마당에도 봄이 성큼~

봄기운이 느껴지는 휴일이다. 서둘러 장갑을 끼고 갈퀴와 호미를 들고 텃밭 정리를 한다. 너덜너덜해진 비닐을 걷어내고 늦게까지 따 먹은 동부 콩 줄기도 사정없이 뽑아낸다. 수북하게 쌓여있던 묵은 들깻대를 이제 서야 태운다. 들깻잎이라도 따먹으려고 조금 심었는데 제법 양이 나왔다. 부러진 나뭇가지, 가랑잎과 검불까지 긁어모아 태우는데 타닥타닥 불꽃이 타오르는 소리가 좋다. '또 타는 냄새는 어떻고?' 두 말 말고 진짜 시골 향기라고 말하고 싶다. 순식간에 번지 듯 잘 타다가도 며칠 전 내린 비로 축축한 것은 매운 연기를 무섭게 뿜어 올리고 있다. 이웃집에서 불이 난 줄 알고 놀라 달려오기까지 한다. 듬성듬성 자란 뿔도 뽑고 요즘 금값을 자랑하는 대파와 쪽파도 먹을 만큼 뽑아 다듬는다. 텃밭을 어느 정도 끝내..

카테고리 없음 2021.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