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

화해의 맛은 달다~

LO송이VE 2020. 2. 11. 05:22

며칠 전 볼륨매직 퍼머를 했습니다.

선머슴마냥 짧은 커트머리를 해오다

살짝 변화를 주고 싶어 안달이 났거든요.

더 나이 먹기 전에 이렇게, 저렇게 해보고 싶고,

옷 입는 것도 선뜻 소화하기 힘든 색이나, 스타일도

때로는 과감하게 저지르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거부감을 줄 만큼은 아닙니다.


애들 키우면서 긴머리를 질끈 묶다가 단발머리가 되었고,

커트가 잘 어울릴 거 같다는 미용실원장님의 말에 넘어갔습니다.

유난히 얼굴에 살이 없어 더 나이 들어 보인다는 말이

늘 속상하고 신경 쓰였습니다.

더군다나 까칠해 보인다는 겁니다.

얼굴 좋아 보인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단발로 길러볼까 하는 마음이 올라옵니다.

보통 여자들은 커트에서 단발로 넘어가는 그 어중간한 시기를

견디기가 힘듭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왠지 지저분해보이는 머리카락을

확 자르고 싶은 충동이 일거든요.

비싼 값을 치르며 놀라운 미용기술의 힘을 빌려야 합니다.


나름 만족해하며 집에 들어갔습니다.

나를 본 남편의 반응이 한겨울 찬바람입니다.

세상에 부러울 게 없을 만큼 다정했던 부부에게

날벼락 같은 사단이 났습니다.

남편이 정말 옛날 옛적부터라는 말을 꺼낼 정도로

오래전부터 싫어하던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동안 싫다는 소리를 했지만 큰 싸움 없이 지나가서

이번에도 그러려니 했던 것이지요.


주고받는 말마다 가시로 콕콕 찌르고

차마 입 밖으로 하지 말아야 할 심한 소리를 합니다.

입을 닫아버리고 싸한 공기 속에 무거운 정적감이 며칠 흘렀습니다.

아무리 싸워도 자고 일어나면 금세 풀어지는 단순한 성격이

이번에는 서운함과 속상함이 극에 달한 듯 쉬 가시질 않았습니다.

서로가 불편해진 마음으로 답답했겠지요.

24년을 살아도 여전히 화해의 손길은 어설프고 뜸을 들이게 됩니다.

눈치를 살피던 남편이 서로 싫어하는 것은 되도록이면 하지 말고

잘 하려고 노력하자며 먼저 부드럽게 손을 내밉니다.

아직도 신혼시절처럼 티격태격 부부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열무 두 단을 사와 남편이 좋아하는 열무김치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