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55

사비 문학에서 보낸 일 년을 돌아보다

사비 문학 회원이 되기까지 망설였다. 시인도 수필가도 아닌 시 낭송가로 활동해도 괜찮다는 답을 들었다. 최규학 지부장님의 추천과 김인희 사무국장님의 따뜻한 권유가 그 망설임을 기분 좋게 풀어줬다. 3월 정기총회에서 사무차장이라는 이름을 단다. 처음 뵌 분들도 있지만 시 낭송을 배우며 알게 된 회원분들이 계셔서 낯설지는 않았다 민경희 화백님의 배꽃 시 낭송 축제로 신암마을을 방문한다. 전에 다니던 직장 일로 자주 왔던 마을인데 그렇게 오래된 배나무와 보기 힘들어진 염소가 반갑기까지 한다. 봄날 사비 문학기행으로 옥천 정지용문학관을 다녀온 일은 지금도 머릿속에 특별하게 남아있다. 버스 안에서의 특강은 마치 학생이 되어 수학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더 들뜨게 했다. 사진으로만 구경하던 이흥우 고문님의 시화원은 아..

일상을 담다 2023.12.25

백제 왕도의 빛과 향기 2를 읽고...

매일 걷던 길을 걷습니다. 늘 보던 것을 봅니다. 계절 변화를 느끼는 것만으로 무심했던 자신을 깨웁니다. 부여 문학제에 갔다가 종이가방에 우선 챙겼던 책과 시집을 읽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들었던 책은 백제 왕도의 빛과 향기 2입니다. 지난가을에 열렸던 한국문인협회 전국대표자대회 글모음이라는 표지의 글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들에게 부여가 어떻게 비춰줬을까요. 한국문인협회 부여지부 최규학 회장님의 발간사로 시작되는 첫 장을 넘기면서 백제의 역사와 문학을 처음 듣는 얘기처럼 읽습니다. 한국문인협회 이광복 이사장님의 '부여의 아들' 글 속에서는 고향을 향한 애틋함과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신동엽 문학관을 가보며 제대로 눈과 가슴에 담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이 밀려듭니다. 소부리, 사비, 백마강..

일상을 담다 2022.12.18

사비마루에서 즐기는 시낭송~

2년 전 어느 여름날 아침 걷기 운동을 하며 가슴에 쏙 들어온 시가 있습니다. 정끝별 시 '가지가 담을 넘을 때'입니다. 코로나19로 점점 사람 만나는 일이 뜸해지고 집 밖을 나서기가 불안했습니다. 시 낭송 대회 준비를 해야 하는데 여러 가지로 묶여 버리니 다짐도 쉬 무너집니다. 내색은 안 해도 마음속은 늘 비교당하며 주눅이 드는 모습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핑계 삼아 마음 놓고 있다가 이러다 진짜 못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조급해졌습니다. 그러던 차에 들려왔던 시 한 편의 낭송입니다. 슬며시 손잡아주며 힘내라는 말 같았습니다. 시 한 줄 한 줄이 쏙쏙 들어와 박힙니다 시가 주는 위로가 이렇게 크고 다정합니다. 누군가가 들려주는 시 낭송을 들으며 점점 얼굴이 환해지고 마음마저 밝아졌던 그 순간을 다시 ..

일상을 담다 2022.09.19

석성면지편찬 기념식에서 시낭송을 하다~

특별하고도 행복해지는 여름날을 맞고 있습니다. 지난 7월 25일 석성면 행정복지센터 회의실에서 석성면지 편찬 기념식이 열렸습니다. 뜻을 같이하는 석성면 주민들로 석성면지편찬위원회가 구성되고 성금이 모아지고 군 지원비를 받아 석성면지가 편찬되는 결실을 얻었습니다. 먼저 석성연꽃밭 잔치를 개최하며 석성면의 역사를 다시 알아가고 알리게 되었고 이번 석성면지 편찬으로 더 가치 있는 역사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부여군에서는 세번째 발간으로 더욱 의미가 크고 자랑스러운 것은 일번 면지와 다른 차별화가 있습니다. 총 4권으로 역사문화 편, 마을 이야기 편, 자료 기록집, 사진모읍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잘 알려진 문인으로 부여에는 6명이 있는데 그중에 석성지역이 세명입니다. 정한모 시인, 이광복 소설가, 이재무 시..

일상을 담다 2022.07.27

송화버섯으로 든든한 아침~

잠깐 일을 하는 사무실에서 송화 버섯과 밤을 얻었습니다. 아들이 서울에서 직장을 정리하고 시골에 내려와 인터넷으로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고 합니다. 밤과 두릅 등은 판매가 잘 되고 있는데 송화 버섯은 주문이 뜸하다고 합니다 송화 버섯이라고 하면 잘 모르는 거 같더라고요 저도 몇 해 전에 연꽃 축제장에서 처음 보고 표고버섯인 줄 알았습니다. 보기만 하고 맛이 어떨지 궁금했었는데 우연한 선물에 고맙더라고요. 언뜻 보면 모양, 향, 식감이 표고버섯 같습니다. 표고버섯의 일종으로 표고버섯 식감과 송이버섯의 향이 난다고 합니다. 근데 왜 송화 버섯이라고 이름을 지었는지 물어볼걸 그랬습니다. 피망과 양파를 썰어 올리브유와 들기름을 넣어 볶았습니다. 수분 많은 양송이만 먹었는데 송화 버섯은 수분이 거의 없네요 물을 ..

일상을 담다 2022.05.25

이재무 시인을 만나다~

만나고 싶었던 이재무 시인을 만났습니다. 부여에 사는 시인 친구가 부여문화원에서 특강이 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언젠가 눈에 들어온 시 '김치찌개'는 고 3 때 돌아가셨던 아버지가 불쑥 생각났습니다. 눈앞에 그려지는 아버지 모습은 지금의 내 나이 51살입니다.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환하게 그려낼 수 있습니다. 시인은 우리 마을이 고향이라는 말을 듣고 놀랐고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검색만 하면 튀어나오는 시들이 좋아서 시집을 자꾸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한 권 , 두 권 책꽂이에 늘어날수록 바라보는 행복까지 생겼습니다. 마음에 쿵 들어오는 페이지는 금방이라도 볼 수 있도록 색띠지의 꽃을 피웠습니다. 시가 좋다는 이유로 무턱대고 반갑고 좋은 시인을 눈앞에서 만나니 즐거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습..

일상을 담다 2021.12.24

자꾸만 걷고 싶은 궁남지의 봄길~

부여 궁남지는 봄이 한창입니다. 연못 가운데 포룡정을 두고 빙 둘러 버드나무 가지가 연못에 닿을 듯합니다. 울타리처럼 피어있는 개나리는 꽃등처럼 환합니다. 연못 바깥쪽으로 넓게 펼쳐진 연지길 따라 하늘거리는 버드나무 가지들은 여린 연둣빛으로 새롭습니다. 멀리서 봐도 그렇고, 가까워질수록 마치 처음 보는 풍경처럼 입 밖으로 나오는 감탄사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올려다보는 하늘은 또 왜 그렇게 시리도록 푸른지요. 눈앞에 펼쳐진 봄 풍경에 한 눈 팔기 딱 좋은 날입니다. 연꽃이 피는 여름에 더 사랑받는 궁남지이지만 다시 찾아든 봄도 사랑받기에 차고 넘쳐흐릅니다. 사방을 둘러싼 봄에 취하며 걷고 또 걷습니다. 나머지 한 눈은 마음에 팔고 있습니다. 새 봄 어린잎처럼 생기 있게 통통 튀어 올라야겠습니다.

일상을 담다 2021.03.23

부활을 꿈꾸며 - 이재무

부활을 꿈꾸며 이재무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숨이 찬 것은 딱딱하고 두꺼워지는 공기 때문만은 아니다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내가 읽어야 할 저 벅찬 운문의 깊이 나뭇가지 하나 하나가 회초리 되어 내 부패한 살이 아프다 잘 여문 상수리 한 알 떨어져 발밑으로 구르다가 멈춘다 저 한 알의 침묵이 태산처럼 무거워 나는 웃옷 벗어 어깨에 걸친다 지난 계절 나는 스캔들로 지나치게 마음이 분주했고 수다스러웠다 슬픔과 상처는 약 되지 못하고 독이 되어 나를 쓰러뜨렸다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아픈 발의 투정이 더욱 심해진 것은 가팔라지는 길 탓만은 아니다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내가 들어야 할 저 절절한 푸른사연과 고백 나뭇잎 하나 하나가 눈물이 되어 썰물 뒤의 개펄 같은 마음을 덮는다 비탈에 오롯이 서서 암향을 마을쪽으로 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