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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밤 달밤 아래를 걷다.

"와, 오늘은 별이 많이 보인다" 새삼스럽게 아이처럼 명랑해진다. 경칩이 지나고 저녁 7시는 여전히 깜깜하다. 저녁을 먹고 티브이 앞에 앉아있는 둥 하다가 약속처럼 밖으로 걷기 운동을 나간다. 한 시간 정도 부부의 대화가 소곤소곤 시작된다. 남편은 시간만 나면 자전거 라이딩을 즐겼다. 낮이 긴 여름에는 퇴근하자마자 바로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 부여는 백마강변길 따라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다. 주말에는 백제보와 공주보까지 거뜬하게 다녔다. 바퀴에 펑크가 나면 봉고차를 끌고 태우러 간 적도 몇 번 있다. 3년 전 허리 4번 5번 추간판 탈출증으로 서너 달을 고생했었다. 어느 날 신호 대기 앞에서 넘어지는 일이 있었다. 크게 아픈 곳 없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 때문인지 아니면 직업병 때문인지 갑자기 ..

일상을 담다 2024.03.19

찹쌀 고추장을 담그다~

1, 2월은 장 담그는 달이라고 고추장 담그기 체험을 다녀왔습니다. 논산문화원이 실시하는 체험 강좌로 장소는 논산시 사회적 경제통합지원센터입니다. 논산 문화원 2024 신년호 책자를 읽다가 논산시 사회적 경제통합지원터 이야기를 읽고 가보고 싶다 했는데 우연처럼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오후 2시에 맞춰 주차를 하는 중에 문화원 직원분의 살뜰한 확인 전화를 받고 공유주방으로 갑니다. 넓고 환한 주방과 특히 냄새가 잘 빠져나갈 수 있는 후드가 눈에 쏙 들어옵니다. 요리할 맛이 날 거 같습니다. 지난 1월 첫 번째 신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듣고 솔깃했습니다. 한식 요리는 학원을 다니며 자격증도 취득하고 검색만 하면 나오는 레시피 따라 어느 정도 해 봤습니다 하지만 장 담그기는 말로만 들어서는 해 볼 엄두가 나지..

일상을 담다 2024.02.29

며느리와 보내는 첫 설날~

큰아들이 결혼하고 첫 설날을 맞이한다. 새 사람이 들어왔으니 왠지 마음이 새롭다. 처음으로 시댁 명절에 오는 우리 며느리는 결혼식 날 보고 처음 만나는 자리다 보니 어색하고 어려웠으리라. 그래도 입덧 핑계로 큰아들 옆에 딱 붙어 의지한다. 같은 동네에 있는 큰집으로 4형제 가족이 모이는 날이다. 아들, 며느리, 손주까지 모여들면 거실이 꽉 찬다. 어쩔 수 없는 일 때문에 빈자리가 생겼지만 모처럼 북적거린다. 며칠 전부터 명절 준비를 하느라 큰형님은 잠이 더 달아났단다.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은 기본이고 밥상에 올라갈 반찬에 마음을 더 쓰고 계신다. 이 겨울에 귀한 열무김치가 빠지지 않는다. 배추겉절이, 오징어초무침, 멸치볶음 등 애들 입맛까지 챙기느라 얼마나 분주했을지 차곡차곡 놓인 반찬통이 보여준다. 주..

일상을 담다 2024.02.12

떨림, 울림, 홀림으로 만난 최규학 시인의 삶과 문학 북 콘서트

기다렸던 새해의 첫 북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1월 31일 오후 2시, 부여유 카페 2층 복합문화공간에서 최규학 시인의 시집 ‘사랑의 노래’ 출판 기념 북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시작 전에 다섯 권의 시집에 시인의 사인을 받았습니다. 첫 번째 시집 ‘꽃의 노래'는 절판인데 어떻게 구했냐고 놀라십니다. 도서출판 시아북의 찾아가는 북 콘서트로 충남 문인협회 회장 김명수님의 사회로 진행되었습니다. 축하의 자리에 가족과 친지, 문학 동기, 고등학교 제자, 사비문학 회원 등 많은 분들이 참석하였습니다. 사비문학 회장님이 아닌 시인으로 만나는 자리라 설레기까지 했습니다. 오신 분들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드리고 국악인 이예진님의 가야금 연주로 문을 열었습니다. 시인과의 대화를 시작으로 문학이란, 시란 무엇인지 이야기를 ..

일상을 담다 2024.02.06

사비 문학에서 보낸 일 년을 돌아보다

사비 문학 회원이 되기까지 망설였다. 시인도 수필가도 아닌 시 낭송가로 활동해도 괜찮다는 답을 들었다. 최규학 지부장님의 추천과 김인희 사무국장님의 따뜻한 권유가 그 망설임을 기분 좋게 풀어줬다. 3월 정기총회에서 사무차장이라는 이름을 단다. 처음 뵌 분들도 있지만 시 낭송을 배우며 알게 된 회원분들이 계셔서 낯설지는 않았다 민경희 화백님의 배꽃 시 낭송 축제로 신암마을을 방문한다. 전에 다니던 직장 일로 자주 왔던 마을인데 그렇게 오래된 배나무와 보기 힘들어진 염소가 반갑기까지 한다. 봄날 사비 문학기행으로 옥천 정지용문학관을 다녀온 일은 지금도 머릿속에 특별하게 남아있다. 버스 안에서의 특강은 마치 학생이 되어 수학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더 들뜨게 했다. 사진으로만 구경하던 이흥우 고문님의 시화원은 아..

일상을 담다 2023.12.25

마음의 채혈을 읽다

더 행복 시 낭송 송년 콘서트를 하며 한 가지 마무리를 합니다. 시 낭송이 맺어준 인연으로 1월에 더 행복 시 낭송 아카데미 밴드가 만들어졌습니다. 김춘경 지도교수님의 졸업생들이 더 깊이 넓게 배움과 친목을 이어가는 공간입니다. 대전 시민 대학 '행복한 시 읽기, 시 낭송 마스터' 수업 종강 발표회와 졸업생들의 축하 시 낭송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참석 못 하는 분들을 위해 실시간 공연 실황을 미트 프로그램으로 열어놓고 함께 했습니다. 무대 위에 걸린 현수막과 한 분 한 분 낭송할 때마다 띄우는 배경 화면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레드와 그린으로 드레스 코드까지 맞추니 화려한 성탄 기분이 물씬 납니다. 설렘, 떨림, 긴장감이 한데 어우러져 시를 더 가까이 가슴에 담는 시간입니다. 집에 돌아와 종이가방에 담긴 선..

일상을 담다 2023.12.23

마음을 읽다

한 주의 첫날 월요일 아침은 부소산 산책으로 엽니다. 비 예보가 있는 아침 하늘은 잔뜩 흐려있습니다. 한 손엔 우산, 다른 한 손은 새벽에 백석 시 '흰 바람벽이 있어'를 정성껏 필사한 종이를 듭니다. 부소산 정문에 서면 나름 정해진 규칙을 시작합니다. 복식호흡의 첫 번째 연습으로 입을 꼭 다물고 10분 정도 코로 숨 쉬며 걷기를 합니다. 오르막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빠르게 뛰어오릅니다. 내리막은 천천히 내뱉으며 숨을 세어갑니다. 외우고 싶은 시를 혼자서 중얼거리는 시간입니다. 저쪽에서 사람이 보이면 목소리를 줄이고 멀어지면 소리를 키우며 보다가 안 보다가 시를 외웁니다. 태자골 숲길 흙길을 걷습니다. 맨발로 밟고 또 밟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지요. 한 시간반 정도 지났을까요? 다시 정문에 돌아오면 마음..

일상을 담다 2023.12.11

시로 물든 황금빛 인생 발표회를 마치고~

시로 물든 황금빛 인생 발표회를 마치고 따뜻한 온도 비 온 후 산뜻한 아침을 맞는다. 깨끗한 하늘 아래 쏟아지는 햇볕이 포근하고 눈부시다. 논산 문화원 시로 물든 황금빛 인생 시화전과 자작시 낭송 발표회 날이다. 시로 물든 황금빛 인생은 어르신 문화프로그램이다. 어르신 문화 활동 지원 사업으로 60세 이상 어르신들 대상으로 올해 세 번째로 운영하고 있다. 보조 강사로 일하면서 수업이 있는 화요일은 더 활기차게 보내는 하루다. 처음으로 무대에 서는 떨림과 기대를 응원하듯 하늘에서 눈발이 날린다. 첫눈이다. 매번 첫눈은 흩날리다 그쳐 아쉬움을 주었다. 어, 이번에는 다르다. 쉬 그치지 않을 기세다. '추우면 안 되는데, 미끄러우면 어쩌지?' 들떠 있는 마음이 가라앉는다. 첫눈의 축하 꽃송이를 받고 한 분 두..

카테고리 없음 2023.11.22

논산 사람과 사람 주야간 보호센터에서 마음을 나누다

오솔길 같은 구불구불한 마을 안길을 따라 속도를 늦춘다. 사람과 사람 주야간 보호센터에 도착한다. 찾아가는 감동 나눔, 논산시낭송인회 시낭송 콘서트 현수막이 걸려있다. 벌써 어르신들이 의자에 앉아 기다리신다. 시낭송 회원들이 하나둘 들어오자 궁금해 하는 눈빛들이 반짝거린다. 음향 등 공연 준비를 하고 시간을 보니 30분 전이다. 들뜬 기대 속에 감도는 고요가 길어진다. 이때를 놓치지 않는 윤숙희 사무국장님의 노련한 진행으로 시작한다. 이상배 회원의 색소폰 연주로 즐겁게 분위기를 만든다. 사무국장님의 재미나는 떡 박수로 어르신들에게 다가간다. 그동안 어르신들 대상으로 수업을 해온 터라 그 마음을 잘 읽는 듯하다. 김봉숙 회장님과 사람과 사람 센터 원장님의 인사와 소개를 받으며 공연이 시작된다. 새롭게 도전..

일상을 담다 2023.11.12

깨알 점에 웃는 가을

"오후에 시간 되니?" 친정 언니의 전화다. 형부는 집집마다 벼 추수로 한창이고 언니는 밭작물 수확에 바쁜 몸이다. 구십 넘은 시아버님이 옆에서 거드는 게 편치 않아 여동생을 부른 것이다. 대추 수확을 마무리 짓고 여유가 나는가 싶어도 시골 일이란 게 끝이 없다 특히 밭작물은 손이 많이 가고 힘이 든다. 거뜬한 몸으로 겁 없이 척척 해내던 밭일도 나이 들면서 겁이 난단다. 그 마음을 알기에 주저 없이 언니네 들깨밭으로 간다. 대추밭 하우스의 옆에 들깨 털 준비가 되어있다. 파란 멍석을 깔고 그 위에 망사멍석을 깔았다. 도리깨는 없고 나무 막대기와 사과를 담는 박스를 엎어놓았다. 아침 일찍 이슬로 젖은 들깻단을 옮겨놓았단다. 잘 마른 들깨는 살짝 건들기만 해도 우수수 소리가 난다. 수북하게 쌓인 들깻단이 ..

일상을 담다 2023.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