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

논에 풀 뽑는 아침~

LO송이VE 2022. 7. 2. 09:23

오늘 아침은 고봉밥으로 한 그릇 비웁니다.

매일 아침 걷기 운동 대신 집 앞 논으로 향합니다.

작년에 신은 긴 장화를 신고 한쪽면이 코팅된 면장갑을 낍니다.

얼굴이 푹 들어가도록 큰 모자를 쓰면 논에 들어갈 채비가 끝납니다.

어린 모가 뿌리를 잡고 새끼를 치고 연둣빛은 어느새 초록으로

출렁거리며 잘 자라고 있습니다.

 

요 며칠 남편은 논에 풀을 뽑아야 한다고 노래를 합니다.

취미활동으로 일주일을 바쁘게 보내다 보니 은근 눈치도 보이고 미안합니다.

토요일은 마음먹고 아침 일찍 논에 들어가 풀을 뽑아냅니다.

올해는 미리미리 제초제를 잘 뿌려서 인지 작년만큼 보이지는 않습니다.

물을 빼고 난 후 어느 정도 단단해져 논바닥의 모 사이를 걸을 때는

막 달려가고 싶기도 합니다.

그러다 군데군데 물이 고여있는 곳은 푹푹 빠져 걷기 조차 힘듭니다.

 

얼마큼 흘렀을까요?

걷는 것도 느려지고 손끝이 저린 듯 아프기 시작합니다.

땀이 나던 얼굴은 줄줄 흘러내리고 긴 장화를 신은 다리와 발은

땀으로 젖어 쪼글쪼글해진 느낌입니다.

어쩌다 논밭 일을 하다 보면 괜한 욕심이 생겨 계속하게 됩니다.

그러면 다음날 몸이 꼭 아픈 소리를 냅니다.

핸드폰 시계를 보니 두어 시간이 지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눈짐작으로 선을 긋습니다.

싱그럽게 흔들거리는 초록물결을 바라봅니다.

마당에 핀 백합 향기까지 더해 내 몸을 감싸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