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

풀 향기는 내가 첫 번째~

LO송이VE 2023. 4. 7. 07:05

풀 향기는 내가 첫 번째~

 

끼니를 잊을 만큼 봄볕이 좋은 한낮입니다.

오가며 눈독을 들이던 쑥이 잘  자랍니다.

옅은 하얀빛이 감돌며 솜털까지 보이는 어린 쑥은 

'예쁘다' 소리부터 하게 됩니다.

 

마당 돌담 사이로 듬성듬성 보였던 쑥이

수북수북 내 땅 자랑하듯 크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니 카메라에 찍히는 대접까지 받습니다.

지나가는 어르신이 한 주먹씩 캐가기도 합니다.

 

봄만 되면  쑥국은 기본이고 

쑥버무리와 쑥개떡을 만들어 먹는데요,

특히 쑥개떡은 일 년 내내 먹는 간식입니다.

쑥 캐는 재미와 만드는 재미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봄 농사가 슬슬 준비되는 요즘, 논밭이나 길가 풀밭에

제초제를 뿌리기 전에 서둘러야 합니다.

마당 돌담 사이에 자란 쑥부터 바구니에 담습니다.

핸드폰으로 좋아하는 시 낭송 영상을 친구처럼 켜놓습니다.

소곤거리듯 따라 하다가 크게 소리도 내봅니다

조용히 귀담으며 불쑥 찾아드는 소란스러웠던 마음도 다독입니다. 

혼자라도 참 좋은 시간입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온몸을 감싸주는 봄볕이 자꾸만 좋습니다.

여린 풀들이 비집고 올라오는 흙을 만지는 느낌은 또 어떻고요.

손끝으로 만져지는 봄의 향기입니다.

코끝으로 자꾸만 갖다 대는 쑥과 손끝에서 향이 진동합니다.

사방이 훤한 논두렁에 아예 눌러앉아 속도가 나기 시작합니다

지금은 논두렁 태우기를 못하다 보니 덤불부터 걷어냅니다

덤불 속이지만 햇볕을 많이 받았는지 쑥이 더 크고 좋습니다.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바구니에 수북이 쌓인 쑥이 넘쳐흐를 듯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쪼그리고 앉은 다리가 신호를 보냅니다.

 

어린 쑥은 멸치육수에 된장을 풀어 끓이다가 먹기 직전에

쑥을 넣으면 새파랗고 그 향을 진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덤으로 튀김을 좋아하니 쑥 튀김도 한 접시 준비합니다.

떡방앗간에서 빻아온 쑥 반죽을 한 번씩 먹을 만큼 나눠

냉동실에 봄을 저장합니다.

어느 날에 좋은 사람들과 봄을 꺼내

추억의 맛을 즐길 생각에 미소 짓습니다.

마음에 봄이 가득차고 벚꽃만큼 화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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