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

일찍 맛보는 보름나물과 찰밥~

LO송이VE 2023. 2. 3. 18:07

정월 대보름날이 다가오는 하루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몇 가지 묵은 나물을 볶느라 분주합니다

불린 찹쌀은 팥과 강낭콩을 넣어 쪘습니다.

나물은 친정엄마가 작년에 틈틈이 다듬고 삶아 말린 것들입니다.

 

"나물 가지러 언제 올래"

엄마는 얼른 주고 싶어 마음이 급해집니다.

 

무시래기, 고구마 줄기, 장로 이파리, 호박, 토란 줄기를 삶아서

그릇마다 한가득합니다.

설 명절 전날에 발을 접질려 되도록 가만히 계시라고

신신당부했는데도 소용이 없습니다.

나물을 보고 딸은 버럭 잔소리로 쏘아붙입니다.

분명 발 아픈 것도 참고 왔다 갔다가 하며 불리고 삶으셨을 테니까요.

"엄마 내가 이거 다 맛있게 볶아 올게"

또 금방 후회되는 말을 주워 담듯 봉지에 챙겨 옵니다.

 

마을에서는 해마다 정월대보름맞이 행사를 합니다

마을 저수지에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를 지내고

일 년 동안 마을 살림살이에 대한 결산 회의와 주민 단합의

시간을 보냅니다

부녀회 총무를 맡고 있으니 몸도 마음도 바빠집니다

그 덕에 남보다 일찍 나물도 찰밥도 맛보게 되는 거지요.

무나물 대신 상큼한 입맛을 보태려고 무 생채도 합니다.

냉동실 깊은 곳에 꼭꼭 숨었던 쑥 반죽도 꺼내

쑥개떡을 찝니다.

진동하는 쑥 향에 봄 기분이 납니다.

 

엄마는 먹기도 전에 맛있겠다는 말을 쏟아냅니다.

딸이 해 온 음식은 무조건 다 맛있다는 엄마,

보름나물과 찰밥 드시고 아픈 발 얼른 나으세요

마을회관에 마실 가셔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