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도 눈길을 걷습니다
눈다운 눈이 첫눈이라며 좋아하던 것도 잠시,
단짝처럼 찾아온 추위가 계속 이어집니다.
이번 겨울에 몇 번이나 신을 수 있을까 하며
신발장 구석에 두었던 털 장화를 신습니다.
귀까지 덮는 털모자를 쓰고 장갑도 챙깁니다.
아무리 추워도 아침 걷기 운동은 거를 수가 없습니다.
어쩌다 게으름을 피우는 날에는 종일 찌뿌듯합니다.
문밖을 나서자마자 느꼈던 추위는 걸음 수만큼
몸 안에서 열이 납니다.
제때 눈을 치운 길은 햇빛 받아
환합니다.
그늘진 곳은 쌓인 눈이 단단해지고
군데군데 반들반들한 빙판길입니다.
성큼성큼 걷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바짝 긴장합니다.
'힘을 빼고 천천히.' 시 낭송을 배우며 많이 들었던 말인데
오늘 아침 빙판길에서 그 말이 툭 나옵니다.
힘을 내야 할 때가 있고 또 어느 때는 힘을 내려놓아야
할 때를 잘 알아야지 합니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신작로를 걸으며
마음과 마음을 잇는 무언가를 생각합니다.
한 시간 넘게 걸으며 머리가 맑아지고 가뿐합니다.
목욕탕에서 금방 나온 것처럼 개운합니다.
집에 오자마자 물부터 끓여 커피 믹스를 탑니다.
받쳐 들고 감싼 손에 닿는 뜨거움이 좋습니다.
한 모금, 한 모금 편안한 향기를 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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