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

동지 팥죽, 따뜻한 마음을 먹는다

LO송이VE 2022. 12. 23. 17:03

동짓날 추위가 대단합니다

눈이 그치고 비까지 내린 길은 추위까지 더해져

아차 하면 대책 없이 넘어지는 빙판길이 되었습니다.

이럴 때는 꼼짝하지 않고 집에 있고 싶습니다.

 

어느 시인은 일 년 중 가장 밤이 긴 날이 독신의 날이라고 말하던데

긴 겨울밤 동짓날을 그냥 지나가기가 서운합니다.

집에 팥도 있겠다 한 끼 정도 먹을 만큼 팥죽을 쑤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전날 삶아 놓은 팥을 믹서기에 갈고

불려놓은 찹쌀을 넣고 끓여줍니다.

찹쌀가루로 새알심을 만들어 끓는 물에 동동 떠오를 때까지

익힙니다.

예전에 부여읍 내 팥죽 맛집으로 알려진 식당에서

나박김치를 맛있게 먹고 집에서도 팥죽을 쑤면

나박김치를 담습니다.

마음은 벌써 팥죽과 김치통을 들고 엄마 집에 들러

언니 집에 다녀옵니다.

옆집 어르신도 생각나 나박김치 한 통 가득 담아 드립니다.

"젊은 사람이 팥죽 안 쑬까 봐 나눠 먹으려고 잔뜩 만들었어".

"저도 쑤긴 했는데 어르신 팥죽도 맛보고 싶어요"

얼른 받아 듭니다.

식탁에는 마침 저녁을 드시려고 차려져 있습니다.

현관문 앞까지 나와 인사 주시는 할아버지 얼굴이 환합니다.

 

하얀 새알심이 동동 반쯤 보이는 뜨끈한 팥죽 한 그릇을

비웁니다.

팥칼국수를 잘 드셨던 시어머니가 생각납니다.

친정엄마는 자주 다니는 청용사에 잘 다녀왔다고 전화를 주십니다.

날이 빨리 들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