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

텃밭의 휴일 아침

LO송이VE 2023. 8. 13. 12:13

주말이면 두 아들로 북적대던 집이 이번 주는 고요합니다.

남편은 친구와 공 치러 가고 아들들은 친구들과 휴가를 즐기고 있습니다.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은 잠시, 혼자 있는 시간이 오히려 편하고 좋습니다.

 

요즘 공부하는 신석정 시 '역사'를 위해 텃밭에서 달래꽃을 찾습니다.

이른 봄 가장 먼저 밥상에서 입맛 돋워주는 것이 냉이와 달래장이지요.

 

텃밭은 그새 장마에 더 쑥쑥 커버린 풀밭이 되어 있습니다

한판 대 결 하듯 작정하고 두어 시간 쪼그려 앉아 풀을 뽑고

한쪽 귀퉁이에서 달래잎 줄기를 찾았습니다

꽃은 없고 주위 땅속을 파보니 달래 씨가 우르르 모여 있더라고요.

가물가물한 기억으로 달래꽃을 본 거 같기는 한데 달래장을 만들어

먹을 줄만 알았지 꽃 피우는 생각을 전혀 못 했습니다.

하찮게 여긴 거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마늘, 대파, 쪽파, 부추꽃과 비슷한 모양으로 기억합니다.

은근히 맛이 비슷해서 그런지 꽃 모양도 그런 거 같기도 하고요.

다음에는 꼬옥 달래꽃을 정성껏 사진으로 남겨야겠어요.

 

이른 봄에 맛있게 먹었던 달래장과

달래꽃 대신 부추꽃이라도 보여드립니다.

 

달래 줄기, 부추 줄기와 비슷합니다.
달래 씨앗
봄에 캔 달래
달래장
부추꽃
검정콩잎과 애호박

 

역사 

                                                                                                신석정

 

1.

저 하잘 것 없는 한 송이의 달래꽃을 두고 보드래도, 다시롭게 타오르는 햇

볕이라거나, 보드라운 바람이라거나, 거기 모여드는 벌나비라거나, 그보다도

이 하늘과 땅 사이를 어렴풋이 이끌고 가는 크나큰 그 어느 알 수 없는 마

음이 있어, 저리도 조촐하게 한송이의 달래꽃은 피어나는 것이요, 길이 멸하

지 않을 것이다.

 

2. 

바윗돌처럼 꽁꽁 얼어붙었던 대지를 뚫고 솟아오른, 저 애잔한 달래꽃의 긴

긴 역사라거나, 그 막아낼 수 없는 위대한 힘이라거나, 이것들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모든 것을 내가 찬양하는 것도, 오래오래 우리 마음에 걸친 거추장

스러운 푸른 수의를 자작나무 허울 벗듯 훌훌 벗고 싶은 달래꽃같이 위

대한 역사와 힘을 가졌기에,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요,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3.

한 송이의 달래꽃을 두고 보드래도, 햇볕과 바람과 벌나비와, 그리고 또 무

한한 마음과 입 맞추고 살아가듯, 너의 뜨거운 심장과 아름다운 모든 것이

샘처럼 왼통 괴어있는, 그 눈망울과 그리고 항상 내가 꼬옥 쥘 수 있는 그

뜨거운 핏줄이 나뭇가지처럼 타고 오는 뱅어같이 예쁘디 예쁜 손과, 네 고운

청춘이 나와 더불어 가야 할 저 환히 뜨인 길이 있어 늘 이렇게 죽도록 사

랑하는 것이요, 사랑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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