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

더위를 잊은 주말

LO송이VE 2023. 7. 11. 07:45

주말이 휙 지나갔다. 가까이 사는 큰아들과 멀리 지내는 작은아들이 오면
주말은 북적댄다. 전에는 종종 금요일 저녁에 모여 집밥이 최고라는 아들의 애교에
으쓱하며 웃고 남자 셋이 도란도란 술잔을 주고받으며 나누는 이야기는 꽃이다.
이제는 각자 직장과 취미활동으로 점점 뜸해진다.
 
남편은 이번 주말에 친구들이 놀러 온다고 한다. 다행히 마을사업으로 지은  마을 찜질방 펜션에서
1박을 하기로 한다. 친구와 통화하다 느닷없이 모임 약속이 잡힌 것이다.
듣자마자 "일요일이 어머님 제사인데......."라는 말을 꺼낸다. "토요일이고 내가 다 알아서 할게,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마" 한다. 알아서 한다는 그 말에 또 속아 넘어간다.
토요일은 문학 활동으로 아는 분의 자녀 결혼식도 가고 싶고 제사는 큰집에서 지내지만
마음의 부담이 있다. 느긋하게 계획했던 일이 틀어진다. 오랫동안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이라 남편 뜻에 맞춘다
제사 때마다 준비하는 국거리와 산적을 준비하고 점심때 먹을 불고기와 장조림을 만들어 놓는다.
명절 때는 푸짐하게 준비해야지 마음먹는다.
 
며칠 전부터 금요일 저녁에 서울에서 오빠가 내려온다고 친정엄마는 들떠 계신다.
"김치를 좀 담을까?" 하시는데 너무 덥다는 말로 말린다. 통배추 두 통을 사서 겉절이를 담근다.
살짝 절여 삼삼하게 버무린다. 김장 김치에 물릴 대로 물린 입맛을 단번에 잡아주겠지.
엄마부터 한 통 담아 드린다.
 
토요일 오후, 마을 펜션에 남편 친구들이 하나둘 도착한다. 바로 술자리가 시작된다. 홍어삼합을 제대로 준비해 주고

싶었는데 얼른 한잔하고 싶었던지 홍어부터 먹는다. 부랴부랴 고기를 삶고 집에서 헹궈온 김장 김치를 곁들인다.
풋고추, 깻잎 등 텃밭의 채소가 한자리에 가득하다. 겉절이는 크게 한몫한다. 덥석덥석 입안으로 들어간다.
젊은 시절 어머니가 해주던 그 맛이란다. 안산에서 사는 친구가 사 온 쇠고기를 구워 먹고 뒤이어 돼지고기를 
구워 먹는데 친구 하나가 "어찌 양송이 마을에 양송이버섯이 없냐?" 한다.
얼른 펜션 옆 농가에 가서 한 박스를 사 온다. 지역에서 바로 수확한 농산물의 맛은 역시 다르다며 고기보다 더 맛있게

먹는다. 그동안 친구 집에 오면서 양송이버섯을 처음 먹어본다며 너무 한 거 아니냐고 농담도 한다.


연일 내린 장맛비에 개울 물소리가 크게 흐르고 개구리 울음소리가 정겨운 밤이 깊어져 간다
다음 날 아침, 처음 들어선 것처럼 정리 정돈이 되어있다. 다 가고 나면 청소할 생각에 힘들겠다고 했는데
뜻밖의 선물을 얻은 기분이다. 마무리가 좋으니 헤어짐이 더 아쉽다.
다음에 또 보자는 말을 약속처럼 건넨다. 살면서 큰 손해 중의 하나가 친구를 잃는 것이라고 한다. 
이보다 즐거운 이득이 또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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