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

양파 모를 심다

LO송이VE 2022. 11. 9. 09:48

곱게 물들어가는 부소산에 아침 운동부터 다녀온다.

전날 친정 언니 옆집에서 양마 모를 만 원어치 샀다.

나중에 풀매기 힘들다고 아예 비닐까지 챙겨준다.

 

고구마를 캐고 난 자리에 땅을 편편하게 고르고 비닐을 씌운다.

때마침 자전거를 땀나도록 타고 온 남편이 거들어 주니 금방 끝난다.

양마 모를 심기 좋게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이 뚫린 비닐이다.

금방 심겠다고 했는데 어찌 쉽게 구멍이 줄어들지 않는다

심은 자리 보다가 뒤돌아 남은 구멍을 바라본다

농사일을 하면서 나름 힘들 때마다 혼자 하는 말이 있다

'운동한다 생각하자, 다이어트한다고 생각하자'

그러면 정말이지 힘이 덜 들고 즐거워진다

어느새 줄어든 양파 모를 보니 힘이 더 난다

구멍마다 줄을 선 듯 양파 모가 예쁘기까지 하다.

 

텃밭 일은 보통 내 몫이지만 힘에 부칠 거 같으면

남편이나 아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조그만 텃밭에 철 따라 농사짓는 재미가 쏠쏠하다

강낭콩부터 심기 시작해 호박, 고추, 가지, 상추 등 어린 모종을

사다 심는다.

처음 올라오는 순은 보약이라는 부추밭은 자라는 대로

베어 먹기 좋게 미리미리 풀을 뽑아준다.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리고 먹을 만큼 자라면 나눠주기 바쁘다

직접 키웠다는 자랑도 빼놓지 않는다

특히 친정엄마와 언니와는 서로 주려고 야단이다.

같은 마을에 사는 큰 형님은 형제들 모임 때마다

막 퍼주다시피 한다.

 

주고받는 손길 따라 즐거운 마음을 나눈다.

나 혼자 먹자고 한다면 그 재미를 모를뿐더러

텃밭이 아니라 풀밭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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