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

마음이 배부는 저녁~

LO송이VE 2022. 11. 26. 08:47

일 년 만에 다시 이재무 시인을 만났습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추억의 문을 활짝 여는 마음입니다.

새벽마다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해온 모습이 한눈에  쏙 들어옵니다.

 

부여문화원에서 부여학 강좌가 운영되고 있는데 이번 강의에는

'나의 시 나의 고향'이라는 주제로 이재무 시인의 특강입니다.

 

내심 먹고 싶었던 밥도 고향 친구분 덕에 같이 합니다.

더군다나 시인이 작정하고 밥을 산다고 합니다.

순식간에 배가 부릅니다.

아점을 하고 내려왔다는 시인은 어찌나 밥을 달게 드시던지요

 

저녁 6시 30분, 부여문화원 소강당에서 시작된 강의,

시인의 시를 가깝게 이해하며 만나는 시간입니다.

시를 어떻게 쓰게 됐는지 어린 시절 고향의 추억 이야기 속으로

들어갑니다.

좀 딱딱하고 어색했던 분위기는 그 배경을 공유하며 점점 

끄덕끄덕, 즐거운 웃음이 들립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한테 아궁이 앞의 불빛으로 마당은 공책으로,

부지깽이를 연필로 삼아 글자를 익혔다고 합니다.

마을 저수지는 또래끼리 놀이를 통해서 배우는 노천 학교라고 말합니다.

민물새우를 잡는 이야기로 어머니와 아버지의 대화 속에서 어머니의 욕,

괜찮아유, 됐슈, 개 주기는 아까워 등을 들어가며

언어적 아이러니, 반어법, 역설법 등을 자연스럽게 설명을 해줍니다.

 

어린 시절의 둥근 두레 밥상이 그리울 때가 많다는데요,

여름날은 농사를 짓기 때문에 저녁 식사가 늦습니다.

마당 한쪽에는 모깃불이 피어오르고 

두레 밥상에 겅거니는 김치 일색인데 가운데에

민물새우탕이 특찬으로 아버지의 혼구멍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당시는 실감하지 못했지만 어린 시절의 경험이 어른이 되어

특히 시를 쓰는 입장에서 되돌아보니까 시적인 아우라,

분위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경험에서 나온 시가 바로 '위대한 식사'입니다.

 

시인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서민적으로 쓰고,

거짓말을 잘해야 독자의 사랑을 받는다고 합니다

경험을 굴절시키고 표현을 다소 과장하고

상상력을 거짓말이라는 말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시네요.

 

문학은 내용에 대한 파악도 있지만 문체의 맛을 즐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고

독자는 읽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시적 표현이 중요한데,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언어의 전이 현상에 관해 설명합니다.

더불어 수필에서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시적 진술이 보석처럼 군데군데 박혀야 빛이 나고 맛이 난다고 합니다.

곽재구 시 '사평역에서'와 공광규 시 '소주병'도 좋아하는 시라

한참 외우고 다녔는데 듣는 내내 귀가 더 솔깃합니다.

 

시에 대한 정의를 끝으로 특강을 마무리합니다.

"시는 대상이나 사물을 잘 그린 그림이다.

그림을 잘 그리려면 묘사를 잘해야 한다

묘사는 비유나 이미지를 통해서 표현하면 그게 묘사다.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처럼 언어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자기 생각과 느낌을 직접 설명하지 말고 여러 가지 시의 구성요소로

간접적으로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시다."

 

머리에 쏙쏙, 가슴에 콕콕 들어와 박힙니다.

잘 듣고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가득 채웁니다.

 

그나저나 밥 안 먹어도 배부른 때가 또 몇 번이나,

얼마나 있을까요.

 

이번 가을에 소리내서 자주 읽었던 시인의 산문집 '괜히 열심히 살았다' 사인받는 중

좋은 말씀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고향 시인의 특강을 들으러 오신 석성면 지역 대표 분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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