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

고소한 가을 맛을 보다

LO송이VE 2022. 9. 21. 05:38

뭘 해도 좋은 아침을 맞습니다

한 가지 일을 즐겁게 마치고 나니

하기 싫었던 일들도 성큼 손에 잡힙니다.

약속된 일에 마음을 쓰며 호미를

들지 못했던 텃밭을 이제야 눈이 갑니다.

 

배춧잎은 자리를 채워가듯 크고

어린 무잎도 무성하게 잘 자라 솎아줘야 합니다.

영글기를 바라며 미뤘던 땅콩을 캡니다.

미리 두어 줄기 캐서 맛을 보긴 했는데

어찌 크기도 작고 야무지지 못한 것이 영 시원찮습니다.

다글다글 달려 나오는 땅콩이

좋아서 호미질이 빨라집니다.

 

금방 캔 땅콩은 쪄서 먹는 맛이 참 좋습니다.

그 맛에 해마다 땅콩을 심습니다.

맛을 올리려고 소금도 잊지 않고 넣어 삶습니다.

나머지는 아까울 정도로 좋은 가을볕에 바짝 말립니다.

손끝이 아플 정도로 단단해진 껍질을 벗겨 노릇하게 볶습니다.

진동하는 고소한 냄새가 달아날까 봐 서둘러 봉지에 가둡니다.

냉동실 문을 열며 '가을이야'하고 혼자 웃습니다.

 

고소한 가을 맛을 심심풀이 말고 특별하게

누려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