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70

명랑 - 고영민

명랑 고영민 나는 내가 좋습니다 당신도 당신이 좋습니까 낮에 당신은 당신에게 뭐라 말합니까 밤에 당신은 당신에게 뭐라 말합니까 오늘 당신에게 내 생각이 잠깐 다녀갔습니다 오늘 나에게 당신 생각이 잠깐 다녀갔습니까 북쪽보다 더 북쪽 남쪽보다 더 남쪽인 당신은 가볍게 오고 싶지 않습니다 가볍게 가고 싶지 않습니다 정말입니다 나는 내가 좋습니다 당신도 당신이 좋습니까. -------------------------------------------------------------- 새벽마다 아껴읽듯 천천히 읽고 있는 이원 - '시를 위한 사전'(마음산책 2020) 읽다가 시가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누군가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간절 - 이재무

묶여있는 몸은 가까운 부소산 산책을 하며 풀고 만나지 못해 시들하고 가라앉는 마음은 시를 읽으며 달래고 있습니다. 요즘 이재무 시인의 시를 찬찬히 읽고 있습니다. 간절 이재무 삶에서 '간절'이 빠져나간 뒤 사내는 갑자기 늙기 시작하였다 활어가 품은 알같이 우글거리던 그 많던 '간절'을 누가 다 먹어치웠나 '간절'이 빠져나간 뒤 몸 쉬 달아오르지 않는다 달아오르지 않음으로 절실하지 않고 절실하지 않음으로 지성을 다할 수 없다 여생을 나무토막처럼 살 수는 없는 일 사내는 '간절'을 찾아 나선다 공같이 튀는 탄력을 다시 살아야 한다. 문학과 지성 (2011) 시소의 관계 이재무 놀이터 시소 놀이하는 아이들 구김살 없이 환한 얼굴 넋 놓다 바라다본다 저 단순한 동어반복 속에 황금 비율이 들어 있구나 사랑이란 비..

부활을 꿈꾸며 - 이재무

부활을 꿈꾸며 이재무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숨이 찬 것은 딱딱하고 두꺼워지는 공기 때문만은 아니다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내가 읽어야 할 저 벅찬 운문의 깊이 나뭇가지 하나 하나가 회초리 되어 내 부패한 살이 아프다 잘 여문 상수리 한 알 떨어져 발밑으로 구르다가 멈춘다 저 한 알의 침묵이 태산처럼 무거워 나는 웃옷 벗어 어깨에 걸친다 지난 계절 나는 스캔들로 지나치게 마음이 분주했고 수다스러웠다 슬픔과 상처는 약 되지 못하고 독이 되어 나를 쓰러뜨렸다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아픈 발의 투정이 더욱 심해진 것은 가팔라지는 길 탓만은 아니다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내가 들어야 할 저 절절한 푸른사연과 고백 나뭇잎 하나 하나가 눈물이 되어 썰물 뒤의 개펄 같은 마음을 덮는다 비탈에 오롯이 서서 암향을 마을쪽으로 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