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허락된 과식 - 나희덕

LO송이VE 2020. 4. 14. 07:12

허락된 과식


                               나희덕


이렇게 먹음직스러운 햇빛이 가득한 건

근래 보기 드문 일

오랜 허기를 채우려고

맨발 몇이

봄날 산자락에 누워 있다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햇빛을

연초록 잎들이 그렇게 하듯이

핧아먹고 빨아먹고 꼭꼭 씹어도 먹고

허천난 듯 먹고 마셔댔지만


그래도 남아도는 열두 광주리의 햇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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