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설야 - 김광균

LO송이VE 2020. 2. 19. 07:31

설야 [雪夜]

                                                김광균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췬 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을 하고
흰 눈을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토요일은 완연한 봄날로 들뜨게 하더니

일요일은 겨우내 소식없던 눈이

차분하게 내렸습니다.


바람따라 허공을 떠다니듯, 휘몰아치듯

펑펑 쏟아지는데 기다렸던 눈이라 그런지

그냥 창밖을 바라보며 즐거워했습니다.


밤새 소리없이 내린 눈은 차분한 모습으로

새하얀 세상을 선물하네요.

기온이 뚝 떨어져 눈이 녹으면서

고드름을 만들었습니다.

겨울 뒷심을 보란듯이 보여줍니다.


2월에 만나는 봄눈,

이대로 겨울이 가도

아쉽지 않을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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