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돌방....조향미 온돌방 할머니는 겨울이면 무를 썰어 말리셨다. 해 좋을땐 마당에 마루에 소쿠리 가득 궂은 날엔 방안 가득 무 향내가 났다 우리도 따순데를 골라 호박씨를 늘어놓았다. 실겅엔 주렁주렁 메주 뜨는 냄새 쿰쿰하고 윗목에선 콩나물이 쑥쑥 자라고 아랫목 술독엔 향기로운 술이 익어가고 .. 시가 있는 풍경♬ 2015.01.06
한계령을 위한 연가....문정희 시 한계령을 위한 연가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 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 시가 있는 풍경♬ 2015.01.05
산책.....홍해리. 산책 홍해리. 산책은 산 책이다 돈을 주고 산 책이 아니라 살아있는 책이다. 발이 읽고 눈으로 듣고 귀로 봐도 책하지 않는 책. 책이라면 학을 떼는 사람도 산책을 하며 산 책을 펼친다 느릿느릿, 사색으로 가는 깊은 길을 따라 자연경을 읽는다 한 발 한 발. 산책이라는 시를 처음 읽던날, .. 시가 있는 풍경♬ 2015.01.03
2015년 새해아침의 첫 약속 하나~ 작년 가을날 시낭송을 접하면서 점점 시가 좋아집니다. 조용 조용 속삭이는 버릇도 생겼습니다. 2015년 새해 아침에 첫 약속하나가 있습니다. 시를 읽고, 시를 옮겨 써보고, 시를 외우고, 시를 낭송하는 것입니다. 문방구에 들어서는일이 아주 오랜만이라 어색하면서도 고딩이 된 큰아이가.. 시가 있는 풍경♬ 2015.01.01
가을의 소원/안도현 가을의 소원/안도현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없이 걷는 것 햇볕이 숨겨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 마른 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시가 있는 풍경♬ 2014.08.29
늘, 혹은../조병화 늘, 혹은../조병화 늘, 혹은 때때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생기로운 일인가 늘, 혹은 때때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카랑카랑 세상을 떠나는 시간들 속에서 늘, 혹은 때때로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인생다운 일인가 그로 인하여 적적.. 시가 있는 풍경♬ 2013.12.19
어느날 나는 낡은 편지를 발견한다. 오늘 박건호 어느날 나는 낡은 편지를 발견한다. 눈에 익은 글씨사이로 낙엽같은 세월이 떨어져간다 떨어져 가는것은 세월만이 아니다 세월은 차라리 가지 않는것 모습을 남겨둔채 사랑이 간다 비오는 날 유리창에 흘러내리는 추억은 한잔의 커피를 냉각시킨다 그러나 아직도 내 마음은.. 시가 있는 풍경♬ 2013.12.19
수선화.......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 시가 있는 풍경♬ 2013.12.19
틈...... 문틈 사이로 처음엔 너무나 아귀가 잘 맞아서 좋은 궁합이었던 문틈 사이로 어느새 틈이 벌어졌다. 화해가 먹혀들지 않는다. 둘 사이를 힘껏 끌어다붙여도 절대, 다시는, 재결합하지 않겠다는 심술 별거의 틈새가 사납다. 영원히 함께! 약속으로 입맞춤할 수 있는 일 지상엔 아무것도 없.. 시가 있는 풍경♬ 2006.12.20
그리운 바다 성산포........... 1.<그리운 바다 성산포> (고독한 무덤)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사람 무덤이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사람 무덤이 차갑다 (고독)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 시가 있는 풍경♬ 2006.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