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한계령을 위한 연가....문정희 시

LO송이VE 2015. 1. 5. 12:08

 

한계령을 위한 연가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 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때에도...

 

시퍼렇게 살아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 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문정희.

 

작년 가을날 시낭송양성과정 수업을 통해 알게 된 시,

한계령을 위한 연가.

누구나 한번쯤 꿈꾸었을 운명같은 사랑이 그려졌습니다.

눈이 자주 오는 이 겨울날 자주 읽게 됩니다.

 

오늘은 폭설이 아니라

코앞의 거리만 보이는 짙은 안개속에

갇힌 하루입니다.

 

안개속에 갇혀 운명이라고 할만큼

갇히고 싶은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속을 걸어봅니다.

 

하고싶은일은

해야만 하는일이고

즐거운 일이 하나되는것에 갇혀보는 상상을 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