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온돌방....조향미

LO송이VE 2015. 1. 6. 15:14

 

온돌방

 

할머니는 겨울이면 무를 썰어 말리셨다.

해 좋을땐 마당에 마루에 소쿠리 가득

궂은 날엔 방안 가득 무 향내가 났다

우리도 따순데를 골라 호박씨를 늘어놓았다.

 

실겅엔 주렁주렁 메주 뜨는 냄새 쿰쿰하고

윗목에선 콩나물이 쑥쑥 자라고

아랫목 술독엔 향기로운 술이 익어가고 있었다

 

설을 앞두고 어머니는 조청에 버무린

쌀 콩 깨 강정을 한 방 가득 펼쳤다.

문풍지엔 바람 쌩쌩 불고 문고리는 쩍쩍 얼고

아궁이엔 지긋한 장작불

등이 뜨거워 자반처럼 이리저리 몸을 뒤집으며

우리는 노릇 노릇 토실 토실 익어갔다

 

그런 온돌방에서 여물게 자란 아이들은

어느 먼 날 장마처럼 젖은 생을 만나도

아침 나팔꽃처럼 금세 활짝 피어나곤 한다.

 

아, 그 온돌방에서

세월을 잊고 익어가던 메주가 되었으면

한세상 취케 만들 독한 밀주가 되었으면

아니 아니 그보다

품어주고 키워주고 익혀주지 않는 것 없던

향긋하고 달금하고 쿰쿰하고 뜨겁던 온돌방이었으면.

 

조향미

 

 

 

 

어린시절, 우리집보다 뭐든지 넘치고 좋아보였던 외갓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방학때가 오기만을 기다렸고 옷보따리와 책가방을 싸서 처음 몇해만

엄마손을 의지하고 혼자서 버스를 타고 외갓집을 가는날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지요.

예쁘다, 착하다, 잘한다, 잘 먹는다라는 칭찬을 수없이 들으며 컸습니다.

이제 와 생각하니 한없이 뜨겁게 나를 키우는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외할머니 생각이 많이 납니다.

우리 엄마 생각도 더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