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국화 앞에서/김재진

LO송이VE 2019. 7. 30. 07:25

국화 앞에서


김재진


살아온 날보다

살아 갈 날이 더 많은 사람들은 모른다

귀밑에 아직 솜털 보송보송하거나

인생을 살았어도 헛 살아버린

마음의 비계 덜어내지 못한 사람들은 모른다.


사람이라도 다 같은 사람이 아니듯

꽃이라도 다 같은 꽃은 아니다

눈부신 젊은 지나

한참을 더 걸어가야 만날 수 있는 꽃


국화는 드러나는 꽃이 아니라

숨어있는 꽃이다

느끼는 꽃이 아니라 생각하는 꽃이다

꺽고 싶은 꽃이 아니라 그저

가만히 바라보는 꽃이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은 가을날

국화 앞에 서 보면 안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굴욕을 필요로 하는가를....

어쩌면 삶이란

하루를 사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견디는 것인지 모른다

어디까지 끌고 가야할지 모를 인생을 끌고

묵묵히 견디어 내는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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