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 617

소풍기분내던 주말~

성탄절이 들어있는 주말, 작은 아들 집에 다녀왔습니다. 코로나 예방 접종까지 했어도 델타 변이 오미크론으로 주말마다 집에 오는 것이 또 묶였습니다. 다 큰 아들 선물 대신 남편은 용돈을 보내주고 나는 오랜만에 선물 고르듯 김밥을 말았습니다. 밑반찬을 만들려다 그냥 오라는 아들 성화에 그만두고 집에나 와야 먹는 사과와 귤을 쌌습니다. 남편에게 필요한 물건을 가져와야 하는데 2주 넘게 기다릴 수가 없더라고요. 아들 직장에서 가족만남도 되도록 자제하라고 해서 도착해서 얼굴 잠깐보며 김밥과 과일만 놓고 왔습니다. 식탁에 귤을 꺼내놓자 아들은 귤 보니까 겨울 같다고 합니다. 새해 해맞이는 온 가족이 하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일상을 담다 2021.12.27

홍어삼합으로 즐기는 겨울밤~

길게 느껴지는 겨울 저녁입니다. 성탄절이 다가와도 애들은 독립을 하고 크게 의미도 기분도 나지 않습니다. 저녁을 먹은 남편은 운동도 못하고 티브이만 바라보는 일이 지겨운 눈치입니다. 입이 궁금하면 간식을 챙겨 먹듯 느닷없이 셋째 형님댁에 가자고 합니다. 안주거리 사서 소주 한잔 해야겠다고 합니다. 홍어삼합을 사 들고 서둘러 갑니다. 형님은 안 계시고 아주버님 혼자 계십니다.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홍어삼합을 펼쳐놓고 한 잔 두 잔 건네가며 옛이야기가 피어오릅니다. 시어머니 이야기에는 언제나 아주버님도 남편도 금세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추억 이야기로 길어진 밤은 서로의 건강을 잘 지키라는 당부로 마무리합니다.

일상을 담다 2021.12.26

이재무 시인을 만나다~

만나고 싶었던 이재무 시인을 만났습니다. 부여에 사는 시인 친구가 부여문화원에서 특강이 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언젠가 눈에 들어온 시 '김치찌개'는 고 3 때 돌아가셨던 아버지가 불쑥 생각났습니다. 눈앞에 그려지는 아버지 모습은 지금의 내 나이 51살입니다.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환하게 그려낼 수 있습니다. 시인은 우리 마을이 고향이라는 말을 듣고 놀랐고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검색만 하면 튀어나오는 시들이 좋아서 시집을 자꾸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한 권 , 두 권 책꽂이에 늘어날수록 바라보는 행복까지 생겼습니다. 마음에 쿵 들어오는 페이지는 금방이라도 볼 수 있도록 색띠지의 꽃을 피웠습니다. 시가 좋다는 이유로 무턱대고 반갑고 좋은 시인을 눈앞에서 만나니 즐거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습..

일상을 담다 2021.12.24

동짓날에 먹는 팥죽~

동짓날이라고 아침부터 부산을 떨었습니다. 매번 팥을 얻어해 먹거나 친정엄마가 챙겨주는 팥죽을 먹었는데 올해는 직접 농사지은 팥으로 팥죽을 끓였습니다. 지난여름 뒤늦게 중복 지나서야 심은 팥이 걱정과 달리 잘 크고 주렁주렁 열매 줄기가 달렸습니다. 햅쌀에 햇팥을 넣은 밥이 꿀맛 같아 그 맛도 놓치지 않았고요. 텃밭 가장자리에 두어줄 심은 것 틈틈이 해 먹을 만큼 정도 수확을 거뒀습니다. 전날 미리 불려놓은 팥을 압력솥에 20분정도 삶아 한 김 식힌후에 믹서에 곱게 갈았습니다. 몽글몽글 푹 삶아진 팥을 조금 남겨놓고요 새알심은 찹쌀가루가 없어 아쉬운 대로 가래떡으로 대신합니다. 곱게 갈아놓은 팥은 물을 적당히 부어 한번 끓여줘 팥물을 만들고요 찰밥을 따로 압력솥에 했습니다. 팥죽 먹을 때 입맛을 더 살려주는..

일상을 담다 2021.12.23

시낭송대회 대상을 받다~

'시와 소리' 전국 시낭송대회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2021년 새해를 시작하며 첫 번째로 세운 계획이 시낭송대회 참가였습니다. 전국에서 열리는 시낭송대회를 찾아 예선 접수를 하며 본선에 오르지 못하고 떨어질 때 마다 실망감이 너무 커서 '아무래도 낭송에는 소질이 없나 보다'라는 핑계를 대며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도 안돼 보였 던 지 그냥 재미나게 취미로 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게 쉽게 내려놓을 수가 없더라고요. 스트레스받지 말자며 겁쟁이가 된 마음에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대회를 준비하며 무대에 자꾸만 서봐야 실력과 발전이 있다고요. 작년에는 코로나19라는 불 안 함 속에서 시낭송 이론 공부를 꼼꼼하게 하게 되었고 그 뒤로 매일 연습을 해 나갔습니다..

일상을 담다 2021.12.05

원목 식탁 들어오는 날~ㅎ

남편이 허리 디스크 파열로 고생하다 시술 후에 앉아서 식사하는 게 힘들다고 합니다. 의자에 앉는 식탁을 알아보라고 합니다. 이왕 장만하는 거 좀 좋은 걸로 하고 싶더라고요. 셋째 형님댁 식탁이 탐이 났었는데 전화해서 물어봤지요. 그 가구 사장님을 소개받아 3주를 기다렸습니다. 전주에서 출발해 오전 9시에 도착한다는 말을 듣고 설레는 마음이 가득합니다. 15분 정도 일찍 도착하여 집을 못 찾아 헤매셨네요. 가구점 사장님과 명절이라 내려왔다는 아들이 의자와 식탁을 옮깁니다. 통원목이라 보기에도 꽤 무거워 보여 저도 거들었습니다. 부엌에 옮겨놓으니 빛이 납니다. 좁아 보이고 답답해 보이면 어쩌나 내심 걱정을 했는데, '이 자리는 내 자리'라고 딱 맞춤 식탁이 되었습니다. 살림을 하다 보니 은근슬쩍 살림 욕심이..

일상을 담다 2021.09.30

4형제가 빚는 송편~

시댁은 명절이나 제사 때마다 집에서 떡을 합니다. 이번 추석에도 4형제 부부가 빙 둘러앉아 송편을 빚었습니다. 모두 코로나 백신 접종 완료 자라서 부담도 없고요. 막내인 남편은 허리디스크 시술 핑계로 소파에 벌러덩 눕습니다. 몇 개라도 만들어보라고 해도 딴청 부리며 막내 티를 냅니다. 한입에 쏙쏙 들어가도록 앙증맞게 만드는 큰 형님, 굳은살로 투박해진 손으로 야무지게 만드는 큰 아주버님, 얼른 만들어 끝내고 싶어 큼직하게 만드는 둘째 아주버님과 셋째 아주버님 적당한 크기로 예쁘게 빚는 둘째 형님과 그 옆에서 나름 예쁘게 빚으려고 애쓰는 저입니다.ㅎㅎ 셋째 형님은 만들어지는 대로 찜기에 찌고 있습니다. 미리 따다 놓은 솔잎을 맨 밑에 깔고 면포를 깔고 그 위에 빚은 송편을 가지런히 올리고 물이 펄펄 끓으면..

일상을 담다 2021.09.26

하루의 시작은 숲속 산책으로

추석명절은 잘 보내셨나요? 추석 이틀 전부터 동생 가게를 시작으로 추석, 친정아버지 제사, 큰아들 생일까지 이틀 간격으로 있다 보니 일주일이 후딱 지나갑니다. 올해는 시댁도 친정도 코로나 확산으로 빠지는 식구들이 많고 비까지 내려 몸도 마음도 편하고 여유로웠습니다. 느긋하게 텃밭에 열무도 솎아 김치와 물김치를 담아 친정식구들과 푸짐하게 나눴습니다. 제사까지 모시고 난 후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아침 일찍 부소산부터 오릅니다. 숲 속으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이 한없이 맑은, 가을날입니다. 툭툭 떨어지는 도토리와 상수리를 찾는 청설모도 자주 보이고요. 다람쥐는 다들 어디갔나 보이지가 않습니다. 완만한 평지는 더 빨리 걷고 오르막길에서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뛰어오르기도 합니다. 콩닥콩닥 가슴은 뛰고 차오르는 ..

일상을 담다 2021.09.26

점심 한 끼가 주는 반가움~

화요일의 하루가 일상을 찾아갑니다. 문을 걸어두었던 취미활동 수업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같은 마음으로 느끼고 공부하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이 큰 즐거움이지요. 이웃 지역에 두 자릿수로 늘어나는 코로나 확진자로 거리두기 4단계로 올라갔습니다. 거리는 휑하니 바람만 오고 가는 거 같더라고요 자주 들리는 시장 주차장은 매번 입구부터 기다리고 겨우겨우 주차를 할 정도로 붐볐는데 세상에나, 텅텅 비었습니다. 문득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동아리 회원이 생각납니다. 오랜만에 통화를 하는데 그동안 밤 10시나 11시 퇴근은 기본이고 지금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고 무척 힘들다고 하시네요. 확진자가 어느정도 줄어들고 숨 좀 돌리고 있다고 합니다. 기약 없던 '밥 한 번 먹자'라는 약속을 지키게 되었습니다. 얼굴을 마주하고..

일상을 담다 2021.09.15

벼 농사를 배우는 아들~

휴일마다 큰아들이 벼 농사일을 하고 있습니다. 디스크 파열로 고생하는 아빠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처럼 해주고 있습니다. 군에 있을 때 여름에는 자주 예초기로 제초 작업을 했다더니 생각보다 잘 합니다. 그래도 지켜보는 남편은 다칠까 봐 걱정을 합니다. 예초기로 논두렁을 깎고 논에 들어가 잡풀과 피를 뽑는데요, 모와 피를 구분해서 쏙쏙 뽑아냅니다. 큰아들 혼자 하는 게 안쓰러워 긴 장화를 신고 들어갔습니다. 남편이 농사일을 할 때는 그저 바라보고 물만 챙겨줬는데 아들이 하는 걸 보니까 아무래도 안 되겠더라고요. 쑥쑥 자란 모 사이를 걷는 논바닥이 단단해서 걷기에는 괜찮았습니다. 어쩌다 뾰족한 모 끝이 눈을 찌를 때는 '앗' 소리를 지르게 되고요. 두어 시간 넘도록 땀을 바가지로 쏟은 아들에게 수고했다는 ..

일상을 담다 2021.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