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 617

초록잎 산공기 맡으며~

휴일 아침 일찍 오랜만인 듯 부소산 숲길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한 달 넘도록 마음도 몸도 꼼짝없이 붙들려 지내는 동안 까맣게 잊고 있더라고요.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남편도 느리지만 회복이 되어가니 안심이 됩니다. 눈 감고도 다닐 만큼 훤한 숲길이 그냥 반갑고 좋고, '감사하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초록잎이 주는 그 싱싱한 산 공기를 실컷 마시며 걸음마다 통통 기운이 살아납니다.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보듬는 것이 곧 몸을 돌보는 시간입니다.

일상을 담다 2021.08.08

몸이 보내는 신호

말을 아끼고, 생각을 아끼려고 애쓰던 7월이 다해갑니다. 매일 운동으로 나름 건강을 자신했던 남편이 호되게 고생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한쪽 다리가 떨어져 나갈 만큼 아프다고 합니다. 하루 이틀 정도 지나면 나아지겠지 했던 통증은 갈수록 심해져 바르게 서서 걷기조차 힘들어하더라고요. 지켜보는 나도 덜컥 겁이 나기 시작합니다. 몸 생각 안하고 겁 없이 운동에 매달린 탓도 들고 그동안 잘못된 습관이라도 있었는지 별별 생각이 다 듭니다. 급히 MRI 사진부터 찍어보고 알아보라는 시댁 식구들의 성화에 셋째 형님이 알려주는 익산 병원을 찾았지요. 디스크와 협착증이 의심된다고 하더라고요. 우선 신경치료부터 해보자는 의사 말에 따라 주사 치료를 받고 왔는데 통증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만큼 심해져 잠까지 못 잡니다...

일상을 담다 2021.07.31

팥 심는 아침~

밤낮 없는 더위가 대단한 요즘입니다. 여름 더위가 무섭게 뜨거워도 풀은 무성하게 잘 큽니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마음 쓰는 일에 여러 날을 보냈습니다 보름 넘도록 나 몰라라 하며 무심했던 텃밭의 풀부터 뽑았습니다 초복 날 즈음에 심는다는 팥을 중복이 지나서야 생각났습니다. 아무래도 늦은 감이 있어 아예 물에 불려서 심었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시어머니가 해팥을 넣고 밥을 해주셨는데 그 밥맛이 어찌나 좋았던지 오래도록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더라고요. 매번 주위에서 얻어다 먹었는데 올해는 조금이라도 심어서 먹어야지 했습니다. 날이 환해진 새벽에 시를 읽거나 컴퓨터 앞에 있는 것보다 지금은 텃밭이나 집 주변을 둘러보며 이것저것 치우면서 보내는 날이 많습니다. 더위에 지쳐가며 땀으로 흠뻑 젖어도 괜찮..

일상을 담다 2021.07.22

안녕....아주 안녕...

인연 유준화 손바닥에 떨어진 눈꽃 한 송이 먼 우주를 돌아 나에게 온 너 잠시 머물다가 어디론가 떠났다 손바닥에 남긴 눈물 한 방울 ......................................................................................... 그 해 여름, 선물처럼 찾아온 친정 조카. 3살에 소아암 진단을 받고 지금까지 기적처럼, 아니 기적을 바라며 살아왔다. 그렇게 잘 커가기를 바랐는데 재발이 되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의사의 말에 우리는 절망 속으로 빠졌다. 핸드폰만 울리면 가슴이 철렁, 덜컥거렸다. 그날 저녁, 남동생의 흐느끼며 울먹이는 소리 어쩌나 내동생 어쩌나.... 그렇게 친정조카가 아주 멀리 갔다. 우리 재원이..... 그곳에선 부디 아프..

일상을 담다 2021.07.18

주렁주렁 익어가는 강낭콩~

올해는 봄 가뭄 없이 텃밭 작물들이 아주 좋습니다. 잘 자란 강낭콩이 주렁주렁 통통합니다. 작년 경험을 삼아 올해는 뜨문뜨문 두세 개씩 씨를 심었거든요. 공간이 주는 여유는 텃밭 작물에도 표가 납니다.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쏟아질 거 같아 서둘러 강낭콩 잎줄기를 들춰가며 똑똑 따내는데 어찌나 즐겁던지요.ㅎ 파슬파슬 고구마 맛이 나는 강낭콩을 좋아합니다. 그것도 찰밥으로 해 먹으면 더 좋고요. 길어지는 장마철에는 멥쌀 빻아다가 강낭콩과 건포도를 솔솔 뿌려 강낭콩 백설기를 쪄 먹어도 좋지요. 이번 주말에는 친정식구들과 모이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떡을 해야겠지요. 서울 사는 오빠와 친구한테 보내고 여기저기 나눠먹고 남는 것은 냉동실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추억을 꺼내 먹 듯 그 맛을 틈틈이 즐겨야겠습니다.

일상을 담다 2021.07.01

감자 캐는 휴일~

휴일 아침 밀린 텃밭일을 합니다. 요 며칠 한 가지에 집중하며 긴장하던 일이 끝났습니다. 결과가 좋았으면 무척이나 으쓱하며 자랑을 했을 텐데 경험만 쌓고 왔습니다. 잔뜩 풀이 죽은 마음을 텃밭일로 달래고 있습니다. 남편과 큰아들은 논에 풀을 뽑고 저는 감자를 캤습니다. 자주 내리는 비에 썩지는 않았을까 걱정을 했는데 감자알이 굵습니다. 양파도 조금, 감자는 두 이랑 심었는데 제법 양이 나왔습니다. 뿌리고 가꾼 만큼 거둔다고 심어만 놓으면 이렇게 수확의 기쁨을 누립니다. 강낭콩도 주렁주렁 달려 영글어 가고 대파는 자리 잡고 꼿꼿하게 크고 있습니다 오이도 한 두개 씩 크는 대로 따먹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고추도 가지도 곧 먹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쪼그리고 앉아 흠뻑 땀 빼고 흙냄새, 풀냄새에 기분이 한결..

일상을 담다 2021.06.20

비가 오는 날엔 창틀 청소 ~

봄비가 반갑도록 자주 옵니다. 간밤에는 제법 소리 내던 빗소리가 아침에는 가늘게 조용히 내립니다. 비 오는 날에는 창틀 청소하기 좋다고 수건 두 장과 젓가락을 챙깁니다. 창문과 틀에 들이친 비가 먼지와 묵은 때를 제대로 불려주거든요. 비가 오면 '창틀이라 닦아볼까' 하다가 다음으로 미루던 것이 언제 청소했는지 까마득합니다. 작정하고 가장 먼저 거실 창틀부터 닦습니다. 급한 성격은 청소할 때도 표가 납니다. 얼른 닦고 싶어서 팔과 손이 부산스럽습니다 그러다 끼어서 슬쩍 아프기도 하고 머리도 찧기도 하고요. 젓가락에 수건을 감아 구석구석까지 닦아 낼 때는 완벽하다고 생각하며 자신만만합니다. 한참을 쓸고 닦고 또 닦다가 시계를 보니 시작한 지 한 시간이나 지났습니다. 일을 할 때 쉬운 것부터, 작은 것부터 해..

일상을 담다 2021.05.15

가보자 코다리찜 ㅎㅎㅎ~

어버이날입니다. 하루 앞당겨 친정엄마와 언니와 점심 한 끼를 했습니다. 몇 해 전 엄마가 허리를 다친 이후로는 멀리 구경 가는 것도 맛 집 찾아가는 것도 뜸해집니다. 가까이 살며 만나면 가는 식당이 뻔해 이제는 고민이 됩니다. 맛있는 것도 자주 먹다 보면 입맛이 변덕을 부리네요. 자주 가는 옷가게 사장님이 코다리찜 잘하는 식당을 추천해줍니다. 꼭 집밥 같은 상차림으로 입에 달라붙는다고요. 잔뜩 기대를 하고 세 모녀가 마주 앉았습니다. 반찬이 나오는 대로 맛을 보는데 금방 만든 맛입니다. 멸치 땅콩 볶음은 바삭 고소하고, 감자조림과 우엉조림도 삼삼하게 신선하고 어린 열무로 조물조물 무친 나물, 금방 부쳐온 부침개와 잡채가 젓가락을 자꾸 바쁘게 합니다. 보란 듯이 큰 접시에 담겨 내오는 코다리찜이 푸짐합니다..

일상을 담다 2021.05.08

느긋하게 보내는 어린이날~

일주일 중에 수요일은 휴일처럼 보내는 하루입니다. 직장이 있다면 주말을 손꼽아 기다리며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겠지요. 수요일은 웬만하면 운동도 집안 청소도 대충 하거나 약속도 잡지 않습니다. 그냥 오롯하게 늘어지게 보내야지 합니다. 컴 앞에 딱 붙어 놀까 하다가 조바심과 안달하는 성격이 가만 두지를 않습니다. 매일 걷기 운동은 빼먹지 않아야 은근 하루를 성실하게 보낸 거 같아 나름 소소한 만족의 행복입니다. 선크림과 모자로 햇빛 차단을 꼼꼼히 하고 부소산에 오릅니다. 오늘은 어린이날이라고 애들 데리고 나온 가족들이 많아 보입니다. 지나다가 들려오는 딸과 아빠의 이야기가 어찌나 귀엽던지요 애교 철철 넘치는 딸 앞에 아빠는 완전 꼼짝 못 하는 포로 같습니다 아들만 키워봐서 그 재미가 무척 부럽고 또 미소 ..

일상을 담다 2021.05.05

부소산 벚꽃 제일은 영일루~

봄만 되면 부여 읍내를 지나다 멀리 보이는 부소산에 유난히 한 곳이 눈에 들어오는 곳이 있습니다. 자주 부소산에 오르다 보니 아마도 영일루쯤으로 금방 알아봅니다. 부소산 입구에서 출발하여 삼충사를 지나 구불구불한 길은 살짝 힘이 들다 싶을 만큼 오르막이지만 천천히 걷기에 참 좋습니다. 영일루에 도착하면 사방이 제법 큰 벚꽃나무가 뭉실뭉실, 하늘거립니다. 마침 바람이라도 불어대면 딱 멈춰 서서 행운이라도 찾아온 듯 두 팔 벌려 벚꽃비를 맞습니다. 소리는 없지만 찬란하게 나폴 대는 몸짓으로 눈과 마음이 설렙니다. 부소산을 걷다보면 군데군데 벚꽃나무가 있지만 이곳이 제일이지요. 영일루 아래로 이어진 오솔길은 매일이라도 걷고 싶을 만큼 다정한 숲길입니다. 걷다가 살며시 벗꽃 나무 아래 계단에 앉게 만들지요. 마..

일상을 담다 2021.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