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 617

보름날에 먹는 잡곡,모둠콩 찰밥

정월대보름날입니다. 며칠 전부터 찰밥을 해서 먹고 있습니다. 워낙 좋아하다 보니 찰밥도 약밥도 종종 해 먹게 됩니다. 작년 가을에 수확한 햇 콩을 바로 냉동실에 넣어두고 불릴 필요 없이 바로 넣어서 먹으니까 좋습니다. 이른 봄에 나오는 완두콩부터 강낭콩, 동부, 팥, 검정콩, 김치냉장고에 잘 보관하고 있는 밤까지 까서 넣으니까 콩꽃이 피었습니다. 친정엄마가 부드럽게 삶아 챙겨준 시래기, 다래순, 토란줄기와 집에 있는 시금치, 고사리와 무나물을 준비했습니다. 멸치 다시마 육수를 내어 그 물로 넣어가며 볶으면 더 부드럽고 감칠맛이 난다고 해서 따라 해 봤습니다. 역시 맛이 더 좋더라고요. 두부도 먹기 좋은 크기로 들기름에 노릇노릇 구웠습니다. 마을 부녀회장님이 완도에서 선물 들어온 김 한 톳도 주셔서 들기름..

일상을 담다 2022.02.15

즐거운 소란, 시집을 손에 들다.

기다렸던 이재무 시집 '즐거운 소란'이 눈앞에 있습니다. 지난 부여에서 특강을 들으며 1월쯤에 나온다는 소식은 행복한 기다림이 되었습니다. 페이스북에 출판소식을 보자마자 교보문고로 순간 이동하 듯 구매를 했습니다. 고향에도 시인을 좋아하는 독자가 있습니다. 받자마자 몇 끼 굶은 허기를 채우 듯 허겁지겁 눈으로 읽어갑니다. '그래그래, 그렇구나 하다가 어, 무슨 뜻일까'를 왔다 갔다 하며 한 권을 눈에 담습니다. 그러다 좋다 생각이 드는 페이지는 모서리를 접습니다. 뿌듯하게 책을 덮었다가 다시 펼쳐봅니다. 모서리를 찾아 한 번 더 읽습니다. 색색의 띠지를 붙이고 또박또박 읽어봅니다. 필사를 시작하고 소리 내서 또 읽고 눈을 감고 그림 그리듯 외우는 것으로 시를 온전히 마음에 담습니다. 가방 안에 시집 한 ..

일상을 담다 2022.02.08

첫 출근

지난 25일 첫 출근을 했습니다. 한 달 반 정도의 단기 계약으로 '첫'이라는 단어는 늘 기대를 갖게 합니다. 못하면 어쩌나 걱정도 들지만 우선 뭔가 시작한다는 것이 좋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살림을 한 지 2년이 됩니다. 보이지 않던 집 안팎살림도 더 신경 쓰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푹 퍼진 모습이 싫어서 매일 아침 가까운 산으로 걷기 운동을 약속처럼 오릅니다. 이웃 지역의 문화학교에서 어른 학생이 되어 시낭송등 몇 가지 배움의 시간을 가집니다. 느긋한 여유로움이 좋으면서도 무료하다는 생각을 하고 마음이 나태해짐을 느낍니다. 파트타임으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는데 코로나19 상황으로 쉽지가 않더라고요. 이러다 나이는 자꾸 들어가고 밖에 나가 일하는 게 겁이 나면 어쩌나 걱정도 듭니다. 그러던 차에 부여 여..

일상을 담다 2022.01.29

명절기분나는 석성우체국 ~

설 명절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조용하던 석성 우체국도 명절 선물을 보내는 택배로 우편서비스 창구가 분주합니다. 시골 우체국이라 국장님과 창구 직원 두 분인데 국장님이 창구앞으로 나오셔서 일을 하고 계십니다. 내용물을 물어보고 다음날에 혹시라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며 쉽게 상하는 것은 미리 안내를 하시네요. 직원은 박스 포장을 한 번 더 꼼꼼하게 확인을 합니다. 일을 그만두었어도 양송이 주문 문의가 명절 때마다 들어오고 있습니다. 생산자와 연결을 해 드리거나 택배 보내는 것은 농가에서 좀 어려워해서 대신해주기도 합니다. 동글동글 뽀얀 양송이는 명절 선물로 꾸준히 사랑받아서 좋습니다. 코로나 오미크론 급증 예상으로 명절 이동도 자제해 달라는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명절..

일상을 담다 2022.01.25

영실농원 고추청 맛 보실래요?

농부의 아내가 아닌 농부로 살아가는 사람, 아낌없이 나누는 마음 따뜻한 사람, 이름이 곧 브랜드가 되는 사람 영실농원을 이끌어가는 사람, 그 사람, 영실 언니를 만나면 생기가 돌고 활기차 집니다. 영실 농원에서 새롭게 선보일 상품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꼭 기다린 것처럼 '좋아요' 라며 바로 대답을 했습니다. 사진 전문가는 아니지만 영실 언니의 부탁이라면 주저 없이 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정보화마을에서 맺은 인연이 이렇게 끈끈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선보이는 상품은 고추청과 꾸지뽕진액입니다. 직장을 그만둔 뒤로는 사진 찍는 일도 뜸해지더라고요. 모처럼 잠자는 카메라를 깨워 셔터 누르는 손끝이 설렙니다. 상품을 놓고 이렇게 찍고 저렇게도 찍고 하는데 신이 납니다. 음식에도 활용을 해봐..

일상을 담다 2022.01.20

집밥 배달~ㅎㅎ

일주일에 한 번 씩 작은 아들 집에 가야지 마음먹고 있습니다. 세 끼를 밖에서 해결하는 아들이 식비가 장난 아니게 들어간다는 말이 자꾸만 마음에 걸립니다. 마트에 가면 간편식과 밀키트 제품이 많이 나와 있어 편하고 좋은 만큼 비용부담이 큽니다. 밥은 넉넉히 해서 전자레인지용 그릇에 담고 오늘은 친정엄마 생신날이라 엄마도 드리고 작은 아들도 좋아하는 국이라 한 솥 끓였습니다. 김치와 나물, 신맛이 나는 음식을 잘 먹지 않아서 반찬 고민이 살짝 들기도 하지요. 김치만 잘 먹어도 반찬 걱정은 덜 하는데 말입니다. 평소에 잘 먹던 반찬 몇가지와 젓가락이 영 가지 않는 멸치볶음을 입맛에 신경써서 만들었습니다. 차곡차곡 도시락가방에 담는 손길이 즐겁습니다. 요며칠 감기로 고생하고 있는데 뚝 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일상을 담다 2022.01.14

엄마 생신날 만드는 미니 쑥설기 케이크~

친정엄마 생신이 다가옵니다. 생신날보다 한 주 일찍 주말에 모이기로 했습니다. 코로나19 예방 3차 접종을 완료하고 마음 편하게 집에서 생신파티를 하기로 했지요. 여전히 마음은 조심스럽지만 절에서 받은 큰 달력 숫자만 바라보며 기다리실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게 됩니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오빠, 익산 사는 남동생, 가까이 사는 언니, 우리까지 4남매 가족이 모이면 우리 엄마 얼굴은 보름달보다 더 크게 둥글고 막 떠오른 아침해처럼 눈부신 빛이 납니다. 언니와 형부는 가래떡을 빼서 먼저 다녀간다고 합니다. 다 같이 못 봐서 서운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요. 냉동실에 숨겨놓듯 아껴두었던 쑥 쌀가루와 갖가지 콩을 꺼냅니다. 급하게 주문한 떡케이크 원형틀을 처음 써보는 거라 기대됩니다. 찜기에 크기별 원형틀이..

일상을 담다 2022.01.08

바삭, 고소, 향긋함을 담은 수제 강정~

오랜만에 양촌에 사는 언니를 만났습니다. 정보화마을 관리자로 일하면서 맺어진 반가운 인연입니다. 마스크 없이 마음 놓고 여럿이 모여 밥 먹는 것이 언제쯤 가능해질까요. 머지않아 잠잠, 끝나겠지하는 기대는 실망과 불평으로 점점 커져갑니다. 그래도 불평대신 서로의 안전, 건강을 위해 방역수칙을 잘 지켜가야 합니다. 육개장이 먹고 싶다는 언니 따라 일하는 근처 맛집 식당에서 개운하게 한 그릇 비웠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왔고,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이 잘 짜여 있더라고요. 여전히 식지 않은 열정으로 무장한 언니는 #영실농원을 운영하며 고추청을 만들어 판매를 하고 있다는데 맛 좀 보라고 하더라고요. 언니 사무실에 커피 한 잔 하러 갔다가 수제 강정 맛도 보고 포장을 도와주게 되었습니다. 이번 설 선물..

일상을 담다 2022.01.03

새해 첫 끼는 떡국~

2022년 첫 날을 시작합니다. 애들 어릴 때 추억이 많은 마을 뒷산의 태조봉에 올랐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새해 첫날은 해맞이를 안 가면 안 되는 것처럼 엄마의 극성으로 달게 느껴지는 새벽잠을 깨야만 했지요. 이제 독립해서 사는 두 아들은 엄마의 그런 마음을 알고 해맞이하러 가자고 합니다. 꼭 떠오르는 해를 보기보다는 이른 아침 온 가족이 산에 오른다는것에 의미를 두자며 환해진 시간에 올랐습니다. 중간쯤 올랐을 땐 이미 해가 떠올라 빈 나뭇가지마다 붉은 해가 감싸돕니다. 태조봉 정상에 올라 쳐다보기 못할 정도로 눈부신 아침해의 기운을 끌어안아봅니다. 가족의 건강을 바라는 마음이 가장 큽니다. 땀이 식을 새도 없이 떡국 생각이 뒤따릅니다 망아지처럼 뛰어내려 가는 작은아들을 보고 남편은 조심하라고 야단..

일상을 담다 2022.01.01

한 해를 마무리 하며...

시와 가까이하며 보낸 한 해를 마무리합니다 남편도 덩달아 외워가는 시가 늘어나고 있고요. 참 기분 좋은 일이지요 이재무 시 '뒤적이다'를 읽고 쓰며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큰일이었던 것이 별 거 아닌 것이 되고 아주 작고 사소했던 일이 크고 특별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2021년 아쉬운 듯 홀가분하게 잘 보내고 새 마음이 되어 힘껏 꼭 안아보듯 새해를 반갑게 맞이해야겠습니다. 뒤적이다 이재무 망각에 익숙해진 나이 뒤적이는 일이 자주 생긴다 책을 읽어가다가 지나온 페이지를 뒤적이고 잃어버린 물건 때문에 거듭 동선을 뒤적이고 외출복이 마땅치 않아 옷장을 뒤적인다 바람이 풀잎을 뒤적이는 것을 보다가 달빛이 강물을 뒤적이는 것을 보다가 지난 사랑을 몰래 뒤적이기도 한다 뒤적인다는 것은 내 안에 너를 ..

일상을 담다 2021.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