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9

깨알 점에 웃는 가을

"오후에 시간 되니?" 친정 언니의 전화다. 형부는 집집마다 벼 추수로 한창이고 언니는 밭작물 수확에 바쁜 몸이다. 구십 넘은 시아버님이 옆에서 거드는 게 편치 않아 여동생을 부른 것이다. 대추 수확을 마무리 짓고 여유가 나는가 싶어도 시골 일이란 게 끝이 없다 특히 밭작물은 손이 많이 가고 힘이 든다. 거뜬한 몸으로 겁 없이 척척 해내던 밭일도 나이 들면서 겁이 난단다. 그 마음을 알기에 주저 없이 언니네 들깨밭으로 간다. 대추밭 하우스의 옆에 들깨 털 준비가 되어있다. 파란 멍석을 깔고 그 위에 망사멍석을 깔았다. 도리깨는 없고 나무 막대기와 사과를 담는 박스를 엎어놓았다. 아침 일찍 이슬로 젖은 들깻단을 옮겨놓았단다. 잘 마른 들깨는 살짝 건들기만 해도 우수수 소리가 난다. 수북하게 쌓인 들깻단이 ..

일상을 담다 2023.10.24

친정 가는 봄날

바짝 다가온 봄입니다. 거침없이 부는 바람결에 여기저기 큰불 소식이 들려옵니다. 이웃 지역에서 논두렁을 태우다가 산불로 번지고 말았습니다 솔가지며 나뭇잎이 수북이 쌓인 곳은 잔불이 되살아납니다. 다행히 때를 알고 내리는 비처럼 한바탕 요란하게 봄비가 내립니다. 처음 듣는 빗소리처럼 새롭고 반갑고 고맙습니다. 뾰족뾰족 올라오는 새싹들은 쑥쑥 싱그럽습니다. 작년보다 많이 욕심내서 심은 감자밭에 풀풀 대는 먼지가 얌전해졌습니다. 비가 다녀간 후 하늘도 공기도 햇살도 더 산뜻하게 눈 부십니다. 문득 친정엄마가 슬쩍 지나가는 말로 부탁했던 잡채가 생각납니다. 매일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과 점심을 드십니다. 종종 배달 음식을 드시거나 나가 사는 자녀들이 찾아와 이것저것 사준다고 합니다. 친정엄마는 그게 마음에 걸렸던..

일상을 담다 2023.03.14

엄마 생신날 만드는 미니 쑥설기 케이크~

친정엄마 생신이 다가옵니다. 생신날보다 한 주 일찍 주말에 모이기로 했습니다. 코로나19 예방 3차 접종을 완료하고 마음 편하게 집에서 생신파티를 하기로 했지요. 여전히 마음은 조심스럽지만 절에서 받은 큰 달력 숫자만 바라보며 기다리실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게 됩니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오빠, 익산 사는 남동생, 가까이 사는 언니, 우리까지 4남매 가족이 모이면 우리 엄마 얼굴은 보름달보다 더 크게 둥글고 막 떠오른 아침해처럼 눈부신 빛이 납니다. 언니와 형부는 가래떡을 빼서 먼저 다녀간다고 합니다. 다 같이 못 봐서 서운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요. 냉동실에 숨겨놓듯 아껴두었던 쑥 쌀가루와 갖가지 콩을 꺼냅니다. 급하게 주문한 떡케이크 원형틀을 처음 써보는 거라 기대됩니다. 찜기에 크기별 원형틀이..

일상을 담다 2022.01.08

두배로 늘어난 김장

사흘에 걸려 김장을 담갔습니다. 하루는 배추를 뽑고, 이튿날은 배추절이며 양념 준비하고 다음날은 양념소를 넣어 마무리를 했습니다. 말이 사흘이지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일주일이 꼬박 걸린 듯 합니다. 예년 같으면 10월 말에 담갔을 김장을 12월에 들어서며 했습니다. 남들보다 늦게 심은 배추는 속이 제대로 차지 않아 기다리다가 그만 늦어버린것이지요. 이번 가을은 비도 자주 내리지 않았는데 아침저녁으로 물주라는 이웃집 어르신 말을 흘려버린것이 후회되었습니다. 보통때는 속이 꽉 찬 배추 20포기정도로 김장을 담갔습니다. 설렁설렁하게 차오른 배추가 아무래도 양이 적고 서운할 거 같아 뽑아놓고 보니 40포기가 되었습니다. 두 쪽으러 쪼개 소금에 절이는데 겉보기와 달리 양념속을 넣기 좋게 노랗게 잘 찼습니다 '와!'..

일상을 담다 2020.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