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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의 휴일 아침

주말이면 두 아들로 북적대던 집이 이번 주는 고요합니다. 남편은 친구와 공 치러 가고 아들들은 친구들과 휴가를 즐기고 있습니다.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은 잠시, 혼자 있는 시간이 오히려 편하고 좋습니다. 요즘 공부하는 신석정 시 '역사'를 위해 텃밭에서 달래꽃을 찾습니다. 이른 봄 가장 먼저 밥상에서 입맛 돋워주는 것이 냉이와 달래장이지요. 텃밭은 그새 장마에 더 쑥쑥 커버린 풀밭이 되어 있습니다 한판 대 결 하듯 작정하고 두어 시간 쪼그려 앉아 풀을 뽑고 한쪽 귀퉁이에서 달래잎 줄기를 찾았습니다 꽃은 없고 주위 땅속을 파보니 달래 씨가 우르르 모여 있더라고요. 가물가물한 기억으로 달래꽃을 본 거 같기는 한데 달래장을 만들어 먹을 줄만 알았지 꽃 피우는 생각을 전혀 못 했습니다. 하찮게 여긴 거 같아 미안..

일상을 담다 2023.08.13

풀 향기는 내가 첫 번째~

풀 향기는 내가 첫 번째~ 끼니를 잊을 만큼 봄볕이 좋은 한낮입니다. 오가며 눈독을 들이던 쑥이 잘 자랍니다. 옅은 하얀빛이 감돌며 솜털까지 보이는 어린 쑥은 '예쁘다' 소리부터 하게 됩니다. 마당 돌담 사이로 듬성듬성 보였던 쑥이 수북수북 내 땅 자랑하듯 크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니 카메라에 찍히는 대접까지 받습니다. 지나가는 어르신이 한 주먹씩 캐가기도 합니다. 봄만 되면 쑥국은 기본이고 쑥버무리와 쑥개떡을 만들어 먹는데요, 특히 쑥개떡은 일 년 내내 먹는 간식입니다. 쑥 캐는 재미와 만드는 재미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봄 농사가 슬슬 준비되는 요즘, 논밭이나 길가 풀밭에 제초제를 뿌리기 전에 서둘러야 합니다. 마당 돌담 사이에 자란 쑥부터 바구니에 담습니다. 핸드폰으로 좋아하는 ..

일상을 담다 2023.04.07

일찍 맛보는 보름나물과 찰밥~

정월 대보름날이 다가오는 하루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몇 가지 묵은 나물을 볶느라 분주합니다 불린 찹쌀은 팥과 강낭콩을 넣어 쪘습니다. 나물은 친정엄마가 작년에 틈틈이 다듬고 삶아 말린 것들입니다. "나물 가지러 언제 올래" 엄마는 얼른 주고 싶어 마음이 급해집니다. 무시래기, 고구마 줄기, 장로 이파리, 호박, 토란 줄기를 삶아서 그릇마다 한가득합니다. 설 명절 전날에 발을 접질려 되도록 가만히 계시라고 신신당부했는데도 소용이 없습니다. 나물을 보고 딸은 버럭 잔소리로 쏘아붙입니다. 분명 발 아픈 것도 참고 왔다 갔다가 하며 불리고 삶으셨을 테니까요. "엄마 내가 이거 다 맛있게 볶아 올게" 또 금방 후회되는 말을 주워 담듯 봉지에 챙겨 옵니다. 마을에서는 해마다 정월대보름맞이 행사를 합니다 마을 저수지..

일상을 담다 2023.02.03

감자심고 콩심고~

반갑고 고마운 봄비가 흠뻑 내리고도 넘치도록 내렸습니다. 월요일부터 남편이 코로나 확진으로 큰아들, 저까지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고 있습니다. 오미크론 증세는 일반 감기라고 하도 들어서 그러려니 했는데 막상 아파보니 사람마다 다르고 3일간은 좀 힘들더라고요. 가까운 동네병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았습니다. 이웃 사촌동서한테 처방전 약을 부탁해서 받고요. 다행히 별 탈 없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친정에 자주 드나드는 딸 때문에 엄마도 확진을 받아 걱정이 됩니다. 격리가 끝나는 대로 제가 왔다 갔다 해야지요 남편은 내일부터, 큰아들과 저는 화요일부터 출근을 하게 됩니다. 25일까지 끝내야 하는 일에 지장을 줄까 봐 재택근무를 하면서 감자와 강낭콩도 심고 푹 쉬었습니다. 더 건강에 신경써야겠습니다.

일상을 담다 2022.03.20

부소산의 봄볕

주중에 쉬는 날이 있으면 일주일이 금방 지나갑니다. 일찌감치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를 하고 느긋하게 부소산에 오릅니다. 매일 오르지 못하는 아쉬움을 한 번에 채울 것처럼 성큼성큼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부드러운 바람결에 스며드는 솔내음과 산등성이마다 봄볕이 쏟아집니다. 오르막 계단에는 막 뛰었다가, 내리막은 천천히, 평지는 또 빨리 걷습니다. 잠시 가뿐 숨을 몰아쉴 때는 기분이 참 좋습니다. 운동을 제대로 즐기는 느낌이랄까요 산에서 내려와 마시는 봉지커피 한 잔, 달달합니다.

일상을 담다 2022.03.09

양송이버섯 뿌리는 꽃밭 거름으로~

하루에도 몇 번은 눈길과 발길로 사랑받는 마당 앞 담장 꽃밭입니다. 집에 있다 보니 저절로 마음이 가게 되더라고요. 남편의 게으름으로 마당 잔디밭을 시멘트 바닥으로 바꾼 것이 자꾸만 아쉬운 마음입니다. 봄날이라고 아낌없이 꽃을 사다 나르고 있습니다. 물론 이왕이면 내년에도 뿌리를 잘 내려 다시 볼 수 있는 꽃으로 물어보고 사게 됩니다. 작년에 심었던 수선화와 튤립은 새 순이 올라오고 제일 반갑게 꽃을 피웠습니다. 돌 틈에 자리를 잡느라 흙도 수분도 모자란 지 제대로 크지 못하는 꽃들이 보입니다. 마침 이웃집에 버려지는 양송이버섯 뿌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전에는 종종 텃밭에 거름으로 쓰기도 했던 것입니다. 외발 리어카에 삽으로 한 움큼씩 덥석덥석 떠다가 꽃밭에 술술 뿌려줍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버섯 뿌리에서..

일상을 담다 2021.04.06

자꾸만 걷고 싶은 궁남지의 봄길~

부여 궁남지는 봄이 한창입니다. 연못 가운데 포룡정을 두고 빙 둘러 버드나무 가지가 연못에 닿을 듯합니다. 울타리처럼 피어있는 개나리는 꽃등처럼 환합니다. 연못 바깥쪽으로 넓게 펼쳐진 연지길 따라 하늘거리는 버드나무 가지들은 여린 연둣빛으로 새롭습니다. 멀리서 봐도 그렇고, 가까워질수록 마치 처음 보는 풍경처럼 입 밖으로 나오는 감탄사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올려다보는 하늘은 또 왜 그렇게 시리도록 푸른지요. 눈앞에 펼쳐진 봄 풍경에 한 눈 팔기 딱 좋은 날입니다. 연꽃이 피는 여름에 더 사랑받는 궁남지이지만 다시 찾아든 봄도 사랑받기에 차고 넘쳐흐릅니다. 사방을 둘러싼 봄에 취하며 걷고 또 걷습니다. 나머지 한 눈은 마음에 팔고 있습니다. 새 봄 어린잎처럼 생기 있게 통통 튀어 올라야겠습니다.

일상을 담다 2021.03.23

논두렁을 튼실하게 축대 쌓기~

휴일 아침 집 앞 논에서 포클레인 소리가 요란합니다. 같은 동네에 사시는 큰아주버님이 오셔서 동생일이라 도와주십니다. 물론 포클레인을 할 줄 알아서 해주는 거라고 하시지만 요 며칠 몸이 좋지 않다고 하셔서 어찌나 죄송하던지요. 해마다 농사철이 되면 논두렁 때문에 씨름하는 남편이 아예 큰 벽돌로 담을 쌓기로 했습니다. 두더지가 여기저기 구멍을 숭숭 내는 통에 매번 골탕을 먹었거든요. 두더지를 잡으려고 약도 치고 해봤는데 소용이 없더라고요. 요리조리 잘도 피해다닙니다. 남편은 왔다 갔다 하면서 아주버님과 일을 하는데 힘이 드는지 얼굴이 벌겋고 땀이 줄줄 흐릅니다. 가족 단톡 방에 '아빠 지금 논두렁 일하시는데 몸살 나실 거 같아, 두 아들이 도와줘야 할거 같아'라고 도움 요청을 보냅니다. 몇 달 만에 집에 ..

일상을 담다 2021.03.21

텃밭, 마당에도 봄이 성큼~

봄기운이 느껴지는 휴일이다. 서둘러 장갑을 끼고 갈퀴와 호미를 들고 텃밭 정리를 한다. 너덜너덜해진 비닐을 걷어내고 늦게까지 따 먹은 동부 콩 줄기도 사정없이 뽑아낸다. 수북하게 쌓여있던 묵은 들깻대를 이제 서야 태운다. 들깻잎이라도 따먹으려고 조금 심었는데 제법 양이 나왔다. 부러진 나뭇가지, 가랑잎과 검불까지 긁어모아 태우는데 타닥타닥 불꽃이 타오르는 소리가 좋다. '또 타는 냄새는 어떻고?' 두 말 말고 진짜 시골 향기라고 말하고 싶다. 순식간에 번지 듯 잘 타다가도 며칠 전 내린 비로 축축한 것은 매운 연기를 무섭게 뿜어 올리고 있다. 이웃집에서 불이 난 줄 알고 놀라 달려오기까지 한다. 듬성듬성 자란 뿔도 뽑고 요즘 금값을 자랑하는 대파와 쪽파도 먹을 만큼 뽑아 다듬는다. 텃밭을 어느 정도 끝내..

카테고리 없음 2021.03.09

집에서 만든 쑥설기로 봄을 먹다

아침 해는 꾸물거리고 흐린 하루, 아침 걷기운동을 그만두기로 합니다. 대신에 냉동실에서 쑥이 들어간 쌀가루 한 봉지를 꺼냈습니다. 뭐든 생각날 때나 해야지 하는 마음이 들면 당장 해야지 나중으로 미루다 보면 결국 하기 싫은 마음으로 굳어지더라고요. 쑥 쌀가루는 해를 넘기긴 했지만 향이 살아있습니다. 떡을 쪘을 때 쫀득하도록 물을 축여가며 촉촉하게 했습니다. 고슬고슬하게 비비고 또 비벼가며 고운체에 내렸습니다. 너무 촉촉했던지 체에 내려가다 말고 찰싹 달라붙습니다. 뭉글뭉글 작은 덩어리가 생기고요. 수분이 좀 날아가라고 커피 한 잔하며 두어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따로 쪄서 비닐에 넣고 주물러 쑥절편을 하면 좋다는 말을 주워듣습니다. 찜기에 면 보를 깔고 고운 쌀가루를 올리고 콩도 솔솔 뿌렸습니다. 아기자기..

일상을 담다 2021.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