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해는 꾸물거리고 흐린 하루,
아침 걷기운동을 그만두기로 합니다.
대신에 냉동실에서 쑥이 들어간 쌀가루 한 봉지를 꺼냈습니다.
뭐든 생각날 때나 해야지 하는 마음이 들면 당장 해야지
나중으로 미루다 보면 결국 하기 싫은 마음으로 굳어지더라고요.
쑥 쌀가루는 해를 넘기긴 했지만 향이 살아있습니다.
떡을 쪘을 때 쫀득하도록 물을 축여가며 촉촉하게 했습니다.
고슬고슬하게 비비고 또 비벼가며 고운체에 내렸습니다.
너무 촉촉했던지 체에 내려가다 말고 찰싹 달라붙습니다.
뭉글뭉글 작은 덩어리가 생기고요.
수분이 좀 날아가라고 커피 한 잔하며 두어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따로 쪄서 비닐에 넣고 주물러 쑥절편을 하면 좋다는 말을 주워듣습니다.
찜기에 면 보를 깔고 고운 쌀가루를 올리고 콩도 솔솔 뿌렸습니다.
아기자기하게 봄꽃들이 핀 듯합니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면서 쑥 향이 진해집니다.
빨리 맛보고 싶어서 벌써 입 안 가득 넣고
오물거리는 착각도 듭니다.
뚜껑 열어 젓가락으로 가운데를 푹 찔러보니 쌀가루가 묻지 않습니다.
가장자리를 한 점 떼어 얼른 맛을 봅니다.
포근하고 향긋한 봄의 향기가 폴폴 피어납니다.
엄마, 언니, 큰집, 옆집으로 봄 향기 배달을 합니다.
손이 부끄러운 양이지만 많이 먹어야 맛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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