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7

행복을 빚어 추억을 먹다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선선합니다. 산에서 나는 예초기 소리가 집 앞까지 들립니다. 해마다 추석 전날에는 시댁 4형제 가족이 모여 송편을 빚습니다. 아들, 딸과 손주들까지 다 모이면 서른 명이 넘는 대가족입니다. 식구들이 많아 차례 지낼 음식보다 끼니마다 먹어야 할 음식 준비가 더 힘듭니다. 특별한 요리를 준비하는 것도 아닌데도 부담이 됩니다. 다행히 위로 형님이 세 분 계시고 솜씨 좋고 손맛도 있으니, 막내며느리는 따라가기만 합니다. 그 밑에서 음식을 많이 배우게 됩니다. 남자들이야 '평소 먹는 데로 숟가락만 몇 개 더 놓으면 되지!' 툭 던지듯 말하지만, 여자들은 그게 아니지요. 매일 먹는 가족 말고 누군가가 함께하면 은근히 마음 쓰입니다. 큰형님은 멥쌀 불려 방앗간에서 빻아오고 동부 콩으로 속을 ..

일상을 담다 2023.09.17

텃밭 비닐 씌우는 손길~

주말이 되면 집이 환해집니다. 가까이 사는 큰아들과, 조금 멀리 사는 작은아들이 함께 하는 주말입니다. 거실과 방에 널브러져 있는 아들 물건들도 예쁘게 보입니다 예전 같으면 '엄마 잔소리 또 시작이다' 소리를 들었을 텐데 말입니다. 아침 일찍 집으로 온 큰아들은 텃밭에 비닐을 씌우자고 서두릅니다 오랜만에 집에 와서 달게 자는 작은아들을 깨웁니다 혼자 슬슬 해도 되는 일을 아들과 하고 싶은 엄마 마음입니다. 감자와 고구마, 고추, 땅콩 등을 심을 자리를 나눠 신이 나서 일러줍니다. 봄바람은 심술 난 듯 이리저리 비닐을 사정없이 흔들어 대서 삐뚤빼뚤 반듯하지 않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어릴 때부터 고사리손을 보태던 착한 아들입니다 엄마는 형제가 같이 하는 모습이 좋고 또 좋아서 카메라에 보물처럼 저장합니다.

일상을 담다 2022.04.26

홍어삼합으로 즐기는 겨울밤~

길게 느껴지는 겨울 저녁입니다. 성탄절이 다가와도 애들은 독립을 하고 크게 의미도 기분도 나지 않습니다. 저녁을 먹은 남편은 운동도 못하고 티브이만 바라보는 일이 지겨운 눈치입니다. 입이 궁금하면 간식을 챙겨 먹듯 느닷없이 셋째 형님댁에 가자고 합니다. 안주거리 사서 소주 한잔 해야겠다고 합니다. 홍어삼합을 사 들고 서둘러 갑니다. 형님은 안 계시고 아주버님 혼자 계십니다.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홍어삼합을 펼쳐놓고 한 잔 두 잔 건네가며 옛이야기가 피어오릅니다. 시어머니 이야기에는 언제나 아주버님도 남편도 금세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추억 이야기로 길어진 밤은 서로의 건강을 잘 지키라는 당부로 마무리합니다.

일상을 담다 2021.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