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15

풀 향기는 내가 첫 번째~

풀 향기는 내가 첫 번째~ 끼니를 잊을 만큼 봄볕이 좋은 한낮입니다. 오가며 눈독을 들이던 쑥이 잘 자랍니다. 옅은 하얀빛이 감돌며 솜털까지 보이는 어린 쑥은 '예쁘다' 소리부터 하게 됩니다. 마당 돌담 사이로 듬성듬성 보였던 쑥이 수북수북 내 땅 자랑하듯 크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니 카메라에 찍히는 대접까지 받습니다. 지나가는 어르신이 한 주먹씩 캐가기도 합니다. 봄만 되면 쑥국은 기본이고 쑥버무리와 쑥개떡을 만들어 먹는데요, 특히 쑥개떡은 일 년 내내 먹는 간식입니다. 쑥 캐는 재미와 만드는 재미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봄 농사가 슬슬 준비되는 요즘, 논밭이나 길가 풀밭에 제초제를 뿌리기 전에 서둘러야 합니다. 마당 돌담 사이에 자란 쑥부터 바구니에 담습니다. 핸드폰으로 좋아하는 ..

일상을 담다 2023.04.07

일찍 맛보는 보름나물과 찰밥~

정월 대보름날이 다가오는 하루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몇 가지 묵은 나물을 볶느라 분주합니다 불린 찹쌀은 팥과 강낭콩을 넣어 쪘습니다. 나물은 친정엄마가 작년에 틈틈이 다듬고 삶아 말린 것들입니다. "나물 가지러 언제 올래" 엄마는 얼른 주고 싶어 마음이 급해집니다. 무시래기, 고구마 줄기, 장로 이파리, 호박, 토란 줄기를 삶아서 그릇마다 한가득합니다. 설 명절 전날에 발을 접질려 되도록 가만히 계시라고 신신당부했는데도 소용이 없습니다. 나물을 보고 딸은 버럭 잔소리로 쏘아붙입니다. 분명 발 아픈 것도 참고 왔다 갔다가 하며 불리고 삶으셨을 테니까요. "엄마 내가 이거 다 맛있게 볶아 올게" 또 금방 후회되는 말을 주워 담듯 봉지에 챙겨 옵니다. 마을에서는 해마다 정월대보름맞이 행사를 합니다 마을 저수지..

일상을 담다 2023.02.03

집밥 배달~ㅎㅎ

일주일에 한 번 씩 작은 아들 집에 가야지 마음먹고 있습니다. 세 끼를 밖에서 해결하는 아들이 식비가 장난 아니게 들어간다는 말이 자꾸만 마음에 걸립니다. 마트에 가면 간편식과 밀키트 제품이 많이 나와 있어 편하고 좋은 만큼 비용부담이 큽니다. 밥은 넉넉히 해서 전자레인지용 그릇에 담고 오늘은 친정엄마 생신날이라 엄마도 드리고 작은 아들도 좋아하는 국이라 한 솥 끓였습니다. 김치와 나물, 신맛이 나는 음식을 잘 먹지 않아서 반찬 고민이 살짝 들기도 하지요. 김치만 잘 먹어도 반찬 걱정은 덜 하는데 말입니다. 평소에 잘 먹던 반찬 몇가지와 젓가락이 영 가지 않는 멸치볶음을 입맛에 신경써서 만들었습니다. 차곡차곡 도시락가방에 담는 손길이 즐겁습니다. 요며칠 감기로 고생하고 있는데 뚝 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일상을 담다 2022.01.14

엄마 생신날 만드는 미니 쑥설기 케이크~

친정엄마 생신이 다가옵니다. 생신날보다 한 주 일찍 주말에 모이기로 했습니다. 코로나19 예방 3차 접종을 완료하고 마음 편하게 집에서 생신파티를 하기로 했지요. 여전히 마음은 조심스럽지만 절에서 받은 큰 달력 숫자만 바라보며 기다리실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게 됩니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오빠, 익산 사는 남동생, 가까이 사는 언니, 우리까지 4남매 가족이 모이면 우리 엄마 얼굴은 보름달보다 더 크게 둥글고 막 떠오른 아침해처럼 눈부신 빛이 납니다. 언니와 형부는 가래떡을 빼서 먼저 다녀간다고 합니다. 다 같이 못 봐서 서운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요. 냉동실에 숨겨놓듯 아껴두었던 쑥 쌀가루와 갖가지 콩을 꺼냅니다. 급하게 주문한 떡케이크 원형틀을 처음 써보는 거라 기대됩니다. 찜기에 크기별 원형틀이..

일상을 담다 2022.01.08

처음으로 담아보는 장 담그기~

처음으로 친정집에서 장 담그는 일을 배우며 담았습니다. 정월 말일은 장 담그는 날이라고 친정엄마는 해마다 거르지 않습니다. 서울 오빠네, 저, 남동생네가 갖다 먹고 있거든요. 집 된장에 길들여진 입맛은 사다 먹는 된장에는 손이 잘 가질 않지요. 저는 집 된장과 반반 섞어 먹고 있는데, 은근 맛이 좋더라고요. 엄마가 가장 뿌듯해하며 담았을 장을 올해는 제가 도와드렸습니다. 며칠 전 텃밭에 거름 포대를 옮기다가 힘이 부쳤는지 중심을 잃고 주저앉으셨다는데 외발에 무리가 갔나봅니다. 살짝 금이 가서 깁스를 하고 말았습니다. 장 담그려고 벌써부터 메주 닦아놓고 소금, 숯, 건 고추, 대추를 준비해 놓으셨습니다. 엄마는 거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마당 한쪽 장독대를 바라보며 하나하나 순서대로 가르쳐줍니다. 큰 항아리..

일상을 담다 2021.03.13

설날아침은 떡국 한 그릇으로 든든하게~

설날입니다. 명절이라고 모인 가족과 친지들로 북적대고 집이 들썩들썩할 정도로 분주하고 웃음소리로 꽉 차야 하는데 이번에는 모두가 조심스럽게 보내게 됩니다. 시댁 큰댁에도 서울에 사는 조카네 가족들은 내려오지 못하고 친정은 오빠와 올케 언니만 내려와서 엄마와 셋이 오붓하게 차례를 지내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군에 근무하는 작은아들이 오지 못해 무척이나 서운하고 보고 싶습니다. 아들이 빠지니 명절기분도 그닥 나지 않고요. 목소리만 들으며 그 아쉬움과 보고픔을 달랩니다. '작은아들이 오는 날이 명절이고 특별한 날' 이라고 혼잣말을 하며 냉동실에 국거리와 떡살을 잘 넣어두었습니다. 큰집에 가며 갈비와 잡채를 준비했는데 다들 맛있다는 말에 마음이 즐겁습니다. 친정도 좀 갖다 주고요. 우리 엄마 얼굴이 싱글벙글 환..

일상을 담다 2021.02.12

친정엄마의 생신날~

지난 주말은 친정엄마의 생신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두 딸만 친정집에서 집 밥으로 조촐하게 생신밥상을 차려드렸습니다. 서울 사는 오빠네와 익산 사는 남동생네까지 다 모이면 엄마집 거실이 꽉 차고 좁다는 생각이 들어도 오히려 시끌벅적하고 좋았는데 텅 빈 허전함이 올라왔습니다. 둥그런 밥상앞에 세 모녀가 마주 앉았습니다. 시부모님을 모시며 겨울에도 일이 많은 언니는 당일 아침에 딴 달콤한 딸기를 준비했습니다. 딸이 만든 반찬은 맛도 안보고 무턱대고 맛있다는 우리 엄마입니다. 겨울철에 먹으면 별미가 되는 열무 두 단 사서 열무 물김치를 담그고 아삭아삭 무생채와, 양지머리와 사태를 반반 섞어 푹 끓인 진한국물로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또 잡채가 빠지면 안 되겠지요. 색감좋도록 야채도 골고루 잔뜩 넣었습니다. 흑설탕과..

일상을 담다 2021.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