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산 29

부소산의 봄볕

주중에 쉬는 날이 있으면 일주일이 금방 지나갑니다. 일찌감치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를 하고 느긋하게 부소산에 오릅니다. 매일 오르지 못하는 아쉬움을 한 번에 채울 것처럼 성큼성큼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부드러운 바람결에 스며드는 솔내음과 산등성이마다 봄볕이 쏟아집니다. 오르막 계단에는 막 뛰었다가, 내리막은 천천히, 평지는 또 빨리 걷습니다. 잠시 가뿐 숨을 몰아쉴 때는 기분이 참 좋습니다. 운동을 제대로 즐기는 느낌이랄까요 산에서 내려와 마시는 봉지커피 한 잔, 달달합니다.

일상을 담다 2022.03.09

하루의 시작은 숲속 산책으로

추석명절은 잘 보내셨나요? 추석 이틀 전부터 동생 가게를 시작으로 추석, 친정아버지 제사, 큰아들 생일까지 이틀 간격으로 있다 보니 일주일이 후딱 지나갑니다. 올해는 시댁도 친정도 코로나 확산으로 빠지는 식구들이 많고 비까지 내려 몸도 마음도 편하고 여유로웠습니다. 느긋하게 텃밭에 열무도 솎아 김치와 물김치를 담아 친정식구들과 푸짐하게 나눴습니다. 제사까지 모시고 난 후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아침 일찍 부소산부터 오릅니다. 숲 속으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이 한없이 맑은, 가을날입니다. 툭툭 떨어지는 도토리와 상수리를 찾는 청설모도 자주 보이고요. 다람쥐는 다들 어디갔나 보이지가 않습니다. 완만한 평지는 더 빨리 걷고 오르막길에서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뛰어오르기도 합니다. 콩닥콩닥 가슴은 뛰고 차오르는 ..

일상을 담다 2021.09.26

초록잎 산공기 맡으며~

휴일 아침 일찍 오랜만인 듯 부소산 숲길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한 달 넘도록 마음도 몸도 꼼짝없이 붙들려 지내는 동안 까맣게 잊고 있더라고요.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남편도 느리지만 회복이 되어가니 안심이 됩니다. 눈 감고도 다닐 만큼 훤한 숲길이 그냥 반갑고 좋고, '감사하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초록잎이 주는 그 싱싱한 산 공기를 실컷 마시며 걸음마다 통통 기운이 살아납니다.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보듬는 것이 곧 몸을 돌보는 시간입니다.

일상을 담다 2021.08.08

느긋하게 보내는 어린이날~

일주일 중에 수요일은 휴일처럼 보내는 하루입니다. 직장이 있다면 주말을 손꼽아 기다리며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겠지요. 수요일은 웬만하면 운동도 집안 청소도 대충 하거나 약속도 잡지 않습니다. 그냥 오롯하게 늘어지게 보내야지 합니다. 컴 앞에 딱 붙어 놀까 하다가 조바심과 안달하는 성격이 가만 두지를 않습니다. 매일 걷기 운동은 빼먹지 않아야 은근 하루를 성실하게 보낸 거 같아 나름 소소한 만족의 행복입니다. 선크림과 모자로 햇빛 차단을 꼼꼼히 하고 부소산에 오릅니다. 오늘은 어린이날이라고 애들 데리고 나온 가족들이 많아 보입니다. 지나다가 들려오는 딸과 아빠의 이야기가 어찌나 귀엽던지요 애교 철철 넘치는 딸 앞에 아빠는 완전 꼼짝 못 하는 포로 같습니다 아들만 키워봐서 그 재미가 무척 부럽고 또 미소 ..

일상을 담다 2021.05.05

부소산 벚꽃 제일은 영일루~

봄만 되면 부여 읍내를 지나다 멀리 보이는 부소산에 유난히 한 곳이 눈에 들어오는 곳이 있습니다. 자주 부소산에 오르다 보니 아마도 영일루쯤으로 금방 알아봅니다. 부소산 입구에서 출발하여 삼충사를 지나 구불구불한 길은 살짝 힘이 들다 싶을 만큼 오르막이지만 천천히 걷기에 참 좋습니다. 영일루에 도착하면 사방이 제법 큰 벚꽃나무가 뭉실뭉실, 하늘거립니다. 마침 바람이라도 불어대면 딱 멈춰 서서 행운이라도 찾아온 듯 두 팔 벌려 벚꽃비를 맞습니다. 소리는 없지만 찬란하게 나폴 대는 몸짓으로 눈과 마음이 설렙니다. 부소산을 걷다보면 군데군데 벚꽃나무가 있지만 이곳이 제일이지요. 영일루 아래로 이어진 오솔길은 매일이라도 걷고 싶을 만큼 다정한 숲길입니다. 걷다가 살며시 벗꽃 나무 아래 계단에 앉게 만들지요. 마..

일상을 담다 2021.04.11

뽀드득뽀드득 부소산 숲길

찌부등한 몸을 가볍게 하려고 부소산을 오른다. 아침에 꼭 해야 하는 운동처럼 즐거운 습관이 되어간다. 거짓말처럼 날이 풀리면 살 거 같더니 다시 추워진다는 말만 들어도 몸이 바짝 오그라든다. 수북하게 쌓였던 눈길은 발길 닿는 곳마다 환히 길이 나 있다 순해진 바람결에 훅 스며드는 솔내음이 진하고 향기롭다 숨가쁘게 상쾌함이 차오른다. 눈이 녹지 않은 길을 한 눈 팔다가 미끄러지며 아찔한 순간이 바짝 긴장을 하게 한다. 정신을 차리고 몸을 낮추고 발걸음에 온 마음을 쓴다. 오를수록 더운 숨을 몰아쉬며 묵었던 것들이 일제히 빠져나가는 거 같다. 부소산 한 바퀴를 돌며 숨차 오르고 가쁜 숨을 내쉬는 반복이 활기찬 생기를 솟아나게 한다. 그 맛을 알기에 자주 또 오를 생각을 한다. 몸도 가볍고 덩달아 마음까지 가..

일상을 담다 2021.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