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25

며느리와 보내는 첫 설날~

큰아들이 결혼하고 첫 설날을 맞이한다. 새 사람이 들어왔으니 왠지 마음이 새롭다. 처음으로 시댁 명절에 오는 우리 며느리는 결혼식 날 보고 처음 만나는 자리다 보니 어색하고 어려웠으리라. 그래도 입덧 핑계로 큰아들 옆에 딱 붙어 의지한다. 같은 동네에 있는 큰집으로 4형제 가족이 모이는 날이다. 아들, 며느리, 손주까지 모여들면 거실이 꽉 찬다. 어쩔 수 없는 일 때문에 빈자리가 생겼지만 모처럼 북적거린다. 며칠 전부터 명절 준비를 하느라 큰형님은 잠이 더 달아났단다.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은 기본이고 밥상에 올라갈 반찬에 마음을 더 쓰고 계신다. 이 겨울에 귀한 열무김치가 빠지지 않는다. 배추겉절이, 오징어초무침, 멸치볶음 등 애들 입맛까지 챙기느라 얼마나 분주했을지 차곡차곡 놓인 반찬통이 보여준다. 주..

일상을 담다 2024.02.12

행복을 빚어 추억을 먹다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선선합니다. 산에서 나는 예초기 소리가 집 앞까지 들립니다. 해마다 추석 전날에는 시댁 4형제 가족이 모여 송편을 빚습니다. 아들, 딸과 손주들까지 다 모이면 서른 명이 넘는 대가족입니다. 식구들이 많아 차례 지낼 음식보다 끼니마다 먹어야 할 음식 준비가 더 힘듭니다. 특별한 요리를 준비하는 것도 아닌데도 부담이 됩니다. 다행히 위로 형님이 세 분 계시고 솜씨 좋고 손맛도 있으니, 막내며느리는 따라가기만 합니다. 그 밑에서 음식을 많이 배우게 됩니다. 남자들이야 '평소 먹는 데로 숟가락만 몇 개 더 놓으면 되지!' 툭 던지듯 말하지만, 여자들은 그게 아니지요. 매일 먹는 가족 말고 누군가가 함께하면 은근히 마음 쓰입니다. 큰형님은 멥쌀 불려 방앗간에서 빻아오고 동부 콩으로 속을 ..

일상을 담다 2023.09.17

새해 첫 끼는 떡국~

2022년 첫 날을 시작합니다. 애들 어릴 때 추억이 많은 마을 뒷산의 태조봉에 올랐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새해 첫날은 해맞이를 안 가면 안 되는 것처럼 엄마의 극성으로 달게 느껴지는 새벽잠을 깨야만 했지요. 이제 독립해서 사는 두 아들은 엄마의 그런 마음을 알고 해맞이하러 가자고 합니다. 꼭 떠오르는 해를 보기보다는 이른 아침 온 가족이 산에 오른다는것에 의미를 두자며 환해진 시간에 올랐습니다. 중간쯤 올랐을 땐 이미 해가 떠올라 빈 나뭇가지마다 붉은 해가 감싸돕니다. 태조봉 정상에 올라 쳐다보기 못할 정도로 눈부신 아침해의 기운을 끌어안아봅니다. 가족의 건강을 바라는 마음이 가장 큽니다. 땀이 식을 새도 없이 떡국 생각이 뒤따릅니다 망아지처럼 뛰어내려 가는 작은아들을 보고 남편은 조심하라고 야단..

일상을 담다 2022.01.01

소풍기분내던 주말~

성탄절이 들어있는 주말, 작은 아들 집에 다녀왔습니다. 코로나 예방 접종까지 했어도 델타 변이 오미크론으로 주말마다 집에 오는 것이 또 묶였습니다. 다 큰 아들 선물 대신 남편은 용돈을 보내주고 나는 오랜만에 선물 고르듯 김밥을 말았습니다. 밑반찬을 만들려다 그냥 오라는 아들 성화에 그만두고 집에나 와야 먹는 사과와 귤을 쌌습니다. 남편에게 필요한 물건을 가져와야 하는데 2주 넘게 기다릴 수가 없더라고요. 아들 직장에서 가족만남도 되도록 자제하라고 해서 도착해서 얼굴 잠깐보며 김밥과 과일만 놓고 왔습니다. 식탁에 귤을 꺼내놓자 아들은 귤 보니까 겨울 같다고 합니다. 새해 해맞이는 온 가족이 하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일상을 담다 2021.12.27

설날하루가 지나갑니다.

시댁 큰집이 같은 마을이라 명절이라도 오고가는 고생길은 없습니다. 전날 모여서 음식 준비하고 집에 와서 푹 자고 일어나 아침일찍 차례 지내러 가면 되거든요. 이른 아침 6시30분쯤에 갔는데 불이 꺼져있습니다. 아무래도 어제 다들 늦게 주무셨는지 곤히 주무시는 거 같더라고요. 현관문을 두드릴까 하다가 불이 켜질 때까지 동네 몇 바퀴를 돌며 아침 걷기운동을 했습니다. 날도 춥지 않아 걷기에도 참 좋았고요. 나름 의미까지 주면서 아침 운동을 실컷 하며 설날 맞이를 가뿐하게 했습니다. 이 빠진 옥수수마냥 썰렁하게 차례를 지냈습니다. 성묘를 다녀와서 세배 받는 시간입니다. 설빔입고 재롱떠는 어린 조카 손주들이 둘이나 빠지니 허전하더라고요. 어렵게 모인 김에 둘째아주버님 회갑 축하 촛불도 켰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

일상을 담다 2021.02.12

설날아침은 떡국 한 그릇으로 든든하게~

설날입니다. 명절이라고 모인 가족과 친지들로 북적대고 집이 들썩들썩할 정도로 분주하고 웃음소리로 꽉 차야 하는데 이번에는 모두가 조심스럽게 보내게 됩니다. 시댁 큰댁에도 서울에 사는 조카네 가족들은 내려오지 못하고 친정은 오빠와 올케 언니만 내려와서 엄마와 셋이 오붓하게 차례를 지내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군에 근무하는 작은아들이 오지 못해 무척이나 서운하고 보고 싶습니다. 아들이 빠지니 명절기분도 그닥 나지 않고요. 목소리만 들으며 그 아쉬움과 보고픔을 달랩니다. '작은아들이 오는 날이 명절이고 특별한 날' 이라고 혼잣말을 하며 냉동실에 국거리와 떡살을 잘 넣어두었습니다. 큰집에 가며 갈비와 잡채를 준비했는데 다들 맛있다는 말에 마음이 즐겁습니다. 친정도 좀 갖다 주고요. 우리 엄마 얼굴이 싱글벙글 환..

일상을 담다 2021.02.12

친정엄마의 생신날~

지난 주말은 친정엄마의 생신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두 딸만 친정집에서 집 밥으로 조촐하게 생신밥상을 차려드렸습니다. 서울 사는 오빠네와 익산 사는 남동생네까지 다 모이면 엄마집 거실이 꽉 차고 좁다는 생각이 들어도 오히려 시끌벅적하고 좋았는데 텅 빈 허전함이 올라왔습니다. 둥그런 밥상앞에 세 모녀가 마주 앉았습니다. 시부모님을 모시며 겨울에도 일이 많은 언니는 당일 아침에 딴 달콤한 딸기를 준비했습니다. 딸이 만든 반찬은 맛도 안보고 무턱대고 맛있다는 우리 엄마입니다. 겨울철에 먹으면 별미가 되는 열무 두 단 사서 열무 물김치를 담그고 아삭아삭 무생채와, 양지머리와 사태를 반반 섞어 푹 끓인 진한국물로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또 잡채가 빠지면 안 되겠지요. 색감좋도록 야채도 골고루 잔뜩 넣었습니다. 흑설탕과..

일상을 담다 2021.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