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

며느리와 보내는 첫 설날~

LO송이VE 2024. 2. 12. 08:23

큰아들이 결혼하고 첫 설날을 맞이한다. 새 사람이 들어왔으니 왠지 마음이 새롭다.

처음으로 시댁 명절에 오는 우리 며느리는 결혼식 날 보고 처음 만나는 자리다 보니

어색하고 어려웠으리라. 그래도 입덧 핑계로 큰아들 옆에 딱 붙어 의지한다.

같은 동네에 있는 큰집으로 4형제 가족이 모이는 날이다. 아들, 며느리, 손주까지 모여들면

거실이 꽉 찬다. 어쩔 수 없는 일 때문에 빈자리가 생겼지만 모처럼 북적거린다.

 

며칠 전부터 명절 준비를 하느라 큰형님은 잠이 더 달아났단다.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은 기본이고 밥상에 올라갈 반찬에 마음을 더 쓰고 계신다.

이 겨울에 귀한 열무김치가 빠지지 않는다. 배추겉절이, 오징어초무침, 멸치볶음 등

애들 입맛까지 챙기느라 얼마나 분주했을지 차곡차곡 놓인 반찬통이 보여준다.

주부로서 그 마음을 조금은 알기에 양념 갈비와 메추리알 장조림, 약밥을 준비한다.

이번에는 소풍 기분 내듯 즐겨보려고 김밥도 준비한다. 벌써 부엌에서는 잡채를 하느라

손길이 분주하다.

차례상에 올라갈 식혜는 따로 떠 놓고 호박을 넣은 식혜는 금세 바닥을 드러낸다.

"짠~~" 술잔이 오가고 밀린 이야기를 한꺼번에 쏟아내듯 점심시간이 길어진다.

여자들은 전을 부치며 은근슬쩍 남편에게 서운했던 적을 일러바치며 서로를 보듬는다.

큰형님은 변함없이 동부 콩 시루떡을 찐다.

 

설날 아침, 7시 30분이 가까워져 오자 차례를 시작한다. 큰아주버님께서 두 아들을 옆에 두고

조상님께 정성을 올린다. 뒤에서 온 가족들이 조용한 마음으로 그 뜻을 따른다.

차례를 마치고 대가족이라는 말이 더 느껴질 만큼 분주하게 밥상이 차려지고 알아서 비집고 앉는다

우리 시댁은 떡국차례가 아닌 밥 차례를 지낸다. 가족들의 입맛에 맞춘 것이란다.

누가 누구인지 잘 몰라 눈을 맞추지 못하는 우리 며느리의 마음을 헤아리신 듯 큰아주버님께서 가족들

소개를 해주신다. 차츰 어색함이 사라지고 아이까지 낳으면 좀 더 편해질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설거지를 어느 정도 해 놓고 온 가족이 줄을 서서 걷듯 성묘를 다닌다. 산소 앞에 모이면 큰아주버님께서

대를 이어온 조상님 묘를 찬찬히 설명해 주신다. 말끔하게 정돈 된 산소가 마음을 정성스럽게 만들어준다.

설날이 주는 기쁨, 세배를 한다. 한 가족씩 순서대로 큰절을 올리고 덕담을 듣는다. 주머니에서 나오는

세뱃돈에 웃음이 가득 찬다. 4형제 가족이 각자의 집으로 향한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가족을 위해 서두른다.

 

입덧하는 며느리가 떡볶이가 자꾸 당긴다고 한다. 전날에도 먹고 싶은 걸 꾹 참았다고 한다.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주문을 건다. 어찌 마음이 손길보다 더 바빠진다. "어머님, 맛있어요"

며느리 목소리가 올라간다. 평소보다 많이 먹는다고 아들도 옆에서 거든다.

남편과 아들은 떡국을 남김없이 비운다.

올 한해도 우리 가족이 별 탈 없이 건강과 웃음으로 행복하길 바라며 설날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