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 보훈의 달, 유월을 보내고 있다. 지난 6월 11일 저녁,
건양대학교 문화 콘서트홀에서 유월음악회가 열렸다.
논산문화원이 주관하고 호국보훈의 달을 기념하는 행사이다. 올해로 세 번째이다.
처음 순서로 시낭송을 하게 되었다. 권선옥 논산문화원장님의 시 ' 그 사람을 생각한다.'를 낭송했다.
큰 무대라 은근 걱정이 되었다. 더군다나 호국보훈이라는 말도 크게 생각도 하지 않았고 잘 몰랐다.
호국보훈이라는 말부터 찾아보았다. 보훈처에서 홍보하는 영상도 찾아보며 그 의미를 자세히 알게 되었다.
그동안 기념식이나 행사에서 식순에 따라 묵념을 하게 되면 잠깐 생각하는 듯 하며 눈을 감고 서 있을 뿐이었다.
새삼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시를 읽기 전에 눈을 감고 안하던 기도도 하게 되었다.
잠들기 전에, 또 눈을 뜨면 시 부터 떠올렸다.
매일 아침 부소산을 오른다. 또박또박 옮겨 적은 시를 생수 대신 손에 들었다.
부소산 정문에 서면 자연스럽게 시 제목이 따라 붙는다.
걸음 속도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고 소리에 따라 걸음이 또 달라진다.
보고 읽을 땐 숨을 고르고 날다람쥐처럼 빨라지면 눈 감고 읽듯 외우기를 반복한다.
오가는 사람들을 마주치면 소리는 속으로 들어가 중얼거린다.
습관이 된 발길 따라 부소산 한 바퀴를 걷다보면 한 시간 반이 금방 지나간다.
어쩌면 부소산이 이 시를 제일 많이 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2주를 보냈다.
그리고 남편을 깨우는 모닝콜 역할도 했다. 잠결에 듣다가도 이상하다 싶으면 다르게 해보라고 충고도 해줬다.
무대에 오르는 날 새벽에 일어나 일기를 썼다. 시를 외우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적어 내려갔다.
별 생각 없이 지나쳤던 유월을 다시 생각했다. 독립과 전쟁을 겪으며 희생과 헌신한 사람들,
지금 현장에서 고생하는 많은 사람들을 자꾸 생각했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늘 떨린다. 객석이 꽉 찬 무대, 무대를 비추는 강렬한 조명 빛이 긴장감을 더했다.
낭송이 시작되고 그 사람 생각 속에 들어간다. 숨소리조차 무대 앞으로 몰린 그 고요함속에 같은 마음이고 싶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 듯 먼저 간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자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이번 시낭송을 준비하면서 마음의 변화도 많았다. 호국보훈에 관한 생각이 바뀌었고, 내 가족, 내 이웃,
내 주변의 사람들이 달리 보였다.
거리 곳곳에 걸려있는 현수막에 '생활 속에 살아있는 보훈, 모두의 보훈'이라는 말을 소중하게 가슴에 담는다.
그 사람을 생각한다
권선옥
해마다 유월이 되면
나는 곰곰이 그 사람을 생각한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더구나 이름은커녕 성도 모르는 사람,
그 사람을 생각한다.
다만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한 가지
그는 젊었고 힘이 넘쳤다.
힘만 넘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활활 불길이 솟던 사람.
넓은 들판을 누비고
가파른 산을 뛰어오르던 사람,
어머니를 사랑하고 형제자매를 아끼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는 죽었다.
그의 주검은 땅에 깊이 묻히지도 못하고
햇빛과 바람과 벌레들의 먹이가 되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그의 죽음으로 살아난 사람들이 그의 가슴에
작은 훈장 하나를 붙여 주었다.
그리고 제 할 일을 다했다는 듯이
그를 잊었다.
우리는 모두 입을 모아
그의 이름을 불러야 한다.
큰 소리가 아니더라도
오래오래 잊지 말고 그의 이름을 불러야 한다.
우리가 그의 이름을 부르면
그는 꽃으로 피어나고
그는 향기가 된다.
우리는 유월이 되면, 그때처럼
다시 유월이 되면
그 사람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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