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가을색이 짙어집니다.
그 가을색을 따라 토요일 오후 부여국립박물관 사비마루로 갑니다.
춤추는 시인 이유나 대표가 이끄는 백제연무 공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월은 공연의 계절이라는 듯 일시에 봇물 터지 듯 사방에서 들려옵니다.
부소산, 궁남지, 정림사지, 부여 박물관등 여기저기 나뉜 아쉬움이 듭니다.
망설임 없이 작년 겨울 눈앞에서 마주한 춤을 다시 보고 느끼고 싶었습니다.
일찌감치 공연장에 도착하여 먼저 오신 분들과 인사를 나눕니다.
같이 공연을 보기로 한 분과 나란히 앉아 우리 춤 속으로 들어갑니다.
모시는 글을 읽다가 '걷고 말하는 것이 춤이며, 자유로운 생각도 춤입니다'라는 말이
눈에 쏙 들어옵니다. 춤이 삶이고 삶이 곧 춤이라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덩실덩실 흥에 겨워 춤을 춰 본 때가 있었나?' 혼잣말로 떠올려봅니다.
춤을 배운 것이라고는 국민학교 시절 가을 운동회때 단체로 춘 부채춤이었습니다.
사춘기를 겪으며 동네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카세트 음악을 틀어놓고 디스코를 신나게
추었던 때가 있습니다. 그때 무용하는 친구들은 특별하게 보였습니다.
오십을 넘어 우리 춤, 우리 가락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창작과 전통이 어우러져 춤의 향기를 소담스럽게 피워낸다는 공연이 시작됩니다.
이번 공연은 네 작품으로 백제의 마지막 수도 백제의 사비 부여에서 출토된 백제금동대향로에서
모티브를 얻어 안무한 작품 '승무'와 백제 토기를 재현한 방울잔을 양손에 들고 방울 소리를 내며
타령장단에 맞추어 추는 창작무용과 정재만이 복원하고 군무화한 큰태평무,
낙화암에서 몸을 던진 백제 여인들의 나라에 대한 충심과 한을 춤사위로 나타낸
창작 '낙화살풀이'와 전통 살풀이,
전남 무형유산 '진도북놀이'를 새롭게 재구성한 '사비고무'는
신명나고 활기찬 북가락과 춤사위로 새롭게 부흥하는 백제의 정신과 문화가
백제의 왕도 부여에서 펼쳐지기를 바라는 축원의 북춤입니다.
작품 하나씩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 숨죽이며 그 속으로 들어갑니다.
손끝 따라 발끝 따라 그려내는 선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뿐사뿐한 버선발과 나폴나폴대는 모습에 소리 없이 탄성을 지릅니다.
인간 내면의 이중적 구조를 지닌 예술성이 높다는 '살풀이춤'은 혼자서 다시 보고 싶어
영상으로 담습니다.
마지막 작품으로 '사비고무' 북춤은 앉아있는 관객들을 들썩들썩 일어서게 만듭니다.
한바탕 흥을 나누며 서로의 행복을 기원하며 나눕니다.
그 감동과 여운이 쉬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책 출간소식을 듣자마자 주문하고 잠자는 책부터 찾습니다.
백제연무 대표 이유나 저서 '나는 왜 춤을 추는가'라는 책을 읽습니다.
'미리 책부터 읽고 공연을 봤더라면 더 좋았겠구나' 합니다.
초저녁 잠을 참아가며 읽다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마지막 페이를 덮을 때
또 한 번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 빛이 나는 이유를 책속에서 말해줍니다.
서천 동백정에 갔다가 자신이 곧 동백꽃이었음을 알고
세 번 핀다는 동백꽃으로 우리 앞에 있는 거 같습니다.
영원히 지지않는 마음의 꽃을 생각합니다. 돌아보고 후회하고 다짐합니다.
춤추는 시인 이유나, 그녀는 다섯 살부터 보자기를 갖고 노는 것이 남다르고 춤이 운명인 듯합니다.
간절과 열정, 정성이 한데 어우러져 죽음보다 더 깊었다는 늪의 고통을 춤으로 이겨냅니다.
춤은 사랑이며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고 말합니다.
그 춤을 세상에 나누며 즐겁고 행복하게 오늘도 춤을 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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