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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향기는 내가 첫 번째~

풀 향기는 내가 첫 번째~ 끼니를 잊을 만큼 봄볕이 좋은 한낮입니다. 오가며 눈독을 들이던 쑥이 잘 자랍니다. 옅은 하얀빛이 감돌며 솜털까지 보이는 어린 쑥은 '예쁘다' 소리부터 하게 됩니다. 마당 돌담 사이로 듬성듬성 보였던 쑥이 수북수북 내 땅 자랑하듯 크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니 카메라에 찍히는 대접까지 받습니다. 지나가는 어르신이 한 주먹씩 캐가기도 합니다. 봄만 되면 쑥국은 기본이고 쑥버무리와 쑥개떡을 만들어 먹는데요, 특히 쑥개떡은 일 년 내내 먹는 간식입니다. 쑥 캐는 재미와 만드는 재미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봄 농사가 슬슬 준비되는 요즘, 논밭이나 길가 풀밭에 제초제를 뿌리기 전에 서둘러야 합니다. 마당 돌담 사이에 자란 쑥부터 바구니에 담습니다. 핸드폰으로 좋아하는 ..

일상을 담다 2023.04.07

집에서 만든 쑥설기로 봄을 먹다

아침 해는 꾸물거리고 흐린 하루, 아침 걷기운동을 그만두기로 합니다. 대신에 냉동실에서 쑥이 들어간 쌀가루 한 봉지를 꺼냈습니다. 뭐든 생각날 때나 해야지 하는 마음이 들면 당장 해야지 나중으로 미루다 보면 결국 하기 싫은 마음으로 굳어지더라고요. 쑥 쌀가루는 해를 넘기긴 했지만 향이 살아있습니다. 떡을 쪘을 때 쫀득하도록 물을 축여가며 촉촉하게 했습니다. 고슬고슬하게 비비고 또 비벼가며 고운체에 내렸습니다. 너무 촉촉했던지 체에 내려가다 말고 찰싹 달라붙습니다. 뭉글뭉글 작은 덩어리가 생기고요. 수분이 좀 날아가라고 커피 한 잔하며 두어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따로 쪄서 비닐에 넣고 주물러 쑥절편을 하면 좋다는 말을 주워듣습니다. 찜기에 면 보를 깔고 고운 쌀가루를 올리고 콩도 솔솔 뿌렸습니다. 아기자기..

일상을 담다 2021.02.24

아껴 둔 봄쑥

냉동실을 정리하며 파랗게 데쳐 놓은 쑥 뭉텅이가 들어옵니다. 작년 봄 틈만 나면 봄볕아래서 일 처럼 캤던 쑥입니다. 쑥 개떡과 쑥버무리를 실컷 해 먹고 남은 쑥은 갖은 콩을 넣어 쑥설기를 해먹어야지 하고 아껴 두었던 것입니다. 아끼다가 뭐 된다고 해를 넘기고 말았네요. 꽝꽝 언 쑥은 물에 담가 녹이고 쌀을 불렸습니다. 떡 방앗간은 설을 앞두고 가래떡을 빼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쑥과 쌀을 내미는데 좀 미안한 생각도 들더라고요. 찜기 에서는 뽀얀 김이 연신 품어 나오고 바로 옆에서는 하얗고 긴 가래떡이 줄줄 나옵니다. 멀리 산다는 딸과 사위까지 와서 손발을 맞추는데 보기가 좋더라고요. 부드럽게 기계 안에서 얼굴 내미는 가래떡은 끊어질 줄 모르고 가위로 뚝딱하면 쏙쏙 건져서 박스 안에 차곡차곡 가지런히 놓습니..

일상을 담다 2021.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