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을 정리하며 파랗게 데쳐 놓은
쑥 뭉텅이가 들어옵니다.
작년 봄 틈만 나면 봄볕아래서 일 처럼
캤던 쑥입니다.
쑥 개떡과 쑥버무리를 실컷 해 먹고
남은 쑥은 갖은 콩을 넣어 쑥설기를 해먹어야지 하고
아껴 두었던 것입니다.
아끼다가 뭐 된다고 해를 넘기고 말았네요.
꽝꽝 언 쑥은 물에 담가 녹이고 쌀을 불렸습니다.
떡 방앗간은 설을 앞두고 가래떡을 빼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쑥과 쌀을 내미는데 좀 미안한 생각도 들더라고요.
찜기 에서는 뽀얀 김이 연신 품어 나오고
바로 옆에서는 하얗고 긴 가래떡이 줄줄 나옵니다.
멀리 산다는 딸과 사위까지 와서 손발을 맞추는데
보기가 좋더라고요.
부드럽게 기계 안에서 얼굴 내미는 가래떡은
끊어질 줄 모르고 가위로 뚝딱하면 쏙쏙 건져서
박스 안에 차곡차곡 가지런히 놓습니다.
코로나로 명절이 다가와도 시큰둥했는데
떡 방앗간은 북적북적 명절기분이 납니다.
물기를 꼭 짜낸 쑥과 잘 불린 쌀을 기계로
서너 번 빻습니다.
중간에 굵은 소금도 한 움큼 휙 뿌리며
간을 맞춰줍니다.
쑥과 쌀가루가 하나가 되어 연둣빛 봄이 되었습니다.
우리 집 봄맞이는 쑥설기로 시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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