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

마음을 읽다

LO송이VE 2023. 12. 11. 12:19

한 주의 첫날 월요일 아침은 부소산 산책으로 엽니다.

비 예보가 있는 아침 하늘은 잔뜩 흐려있습니다.

한 손엔 우산, 다른 한 손은 새벽에 백석 시 '흰 바람벽이 있어'를

정성껏 필사한 종이를 듭니다.

 

부소산 정문에 서면 나름  정해진 규칙을 시작합니다.

복식호흡의 첫 번째 연습으로 입을 꼭 다물고 10분 정도

코로 숨 쉬며 걷기를 합니다.

오르막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빠르게 뛰어오릅니다.

내리막은 천천히 내뱉으며 숨을 세어갑니다.

외우고 싶은 시를 혼자서 중얼거리는 시간입니다.

저쪽에서 사람이 보이면 목소리를 줄이고

멀어지면 소리를 키우며 보다가 안 보다가 시를 외웁니다.

 

태자골 숲길 흙길을 걷습니다.

맨발로 밟고 또 밟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지요.

한 시간반 정도 지났을까요?

다시 정문에 돌아오면 마음도 몸도 기분 좋게 가뿐합니다.

 

선물로 받은 책과 고급스러운 수공예품 책갈피를 손안에 놓습니다.

예쁜 끈으로 포장한 책의 리본을 금방 풀기가 아까워 며칠을 보기만 했습니다.

허영자 시 '마중물'을 소리 내서 읽습니다. 포스트잇에 또박또박 써서

거실 벽면에 붙여놓습니다.

마중물 같은 사람을 떠올립니다.

일주일을 잘 보내고 싶은 마음의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창문 열어 빗소리를 들여놓고 마시는 커피가 달달하고 향긋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