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

장마 속에 수확 한 강낭콩

LO송이VE 2020. 8. 6. 07:56

장맛비가 내렸다 하면 하늘에 구멍 난 듯 퍼 붓습니다.

빗줄기가 가늘어지며 주춤대는 거 같으면

서둘러 논밭으로 달려가게 됩니다.

남편은 논두렁과 물꼬를 확인하고

아내는 텃밭에 채소들을 둘러봅니다.

무섭게 쏟아지는 비에 얼마나 몸부림을 쳤는지

꼴이 말이 아닙니다.

그 와중에 잡풀들은 넘쳐나는 식욕으로

무성하게 자라 있습니다.

 

통통하게 영글기를 기다린 강낭콩이 아깝습니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당장 뽑아

비를 피하는 마당에 쌓아놓습니다.

질퍽거리는 흙을 빠져가며 땀이 바가지로 흐릅니다.

 

수북하게 쌓아놓고 보니 걱정 하나 덜었습니다.

이틀에 걸려 썩고 싹 난 것들을 골라 내가며 따내고

껍질을 깠습니다.

해마다 옆집 어르신 덕분에 잘 키운 텃밭 작물을

내 것처럼 얻어먹다가 직접 해보니 쉽지 않습니다.

어쩜 하나같이 볼품이 없는지요.

못생겨도 맛은 똑같다 소리를 하며 소쿠리를 채웁니다.

그래도 잘 영근 것들이 섞여지니 다 좋아 보이기도 합니다.

 

이집 저집 자랑하며 나눠먹고 싶었는데

손이 부끄러워 망설입니다.

고르고 또 골라 옆집 어르신만 갖다드리고

차곡차곡 냉동실로 들어갑니다.

 

자꾸만 손이 가던 보리개떡도 생각나고

한껏 부풀어 오른 술빵도 눈앞에 그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