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

한입에 쏙, 꿀밤고구마~

LO송이VE 2020. 10. 25. 08:25

틈만 나면 친정 언니네 집을 갑니다.

논밭농사가 많은 친정언니는 가을걷이로 한창 바쁜 때입니다.

추석 전에 대추를 따기 시작해서 벼 추수를 해야 하고

고구마를 캐야 합니다.

대추를 따기 시작하면서 매일같이 드나들며

대추를 담을 포장 박스부터 잔심부름을 하며

손을 보탰습니다.

단 몇 시간만이라도 거드는 손이 있으니

언니는 한결 수월하다고 합니다.

 

대추 따는 일이 어느 정도 끝나고 형부는 벼 추수로 바빠졌습니다

아흔이 넘으신 시어르신께서 고구마를 캐려고 서두르십니다

혹시나 일하다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봐 걱정이 유난이 많은 언니는

다른 일을 제쳐두고 따라 나섭니다.

고구마 밭이 무슨 돌덩어리 같습니다.

 

한창 잎이 무성해지고 밑이 슬슬 들어야 할 때 한 달 넘도록

비가 내렸고 그 후에는 비 한 방울 구경하기 힘들었습니다.

농사는 하늘과 동업이라더니 이럴 때는 참 야속합니다

땅은 딱딱하고 힘들게 들춰낸 땅속 뿌리줄기에는

고구마가 영 시원찮습니다.

길쭉하게 동그랗게 크고 좋으면 힘든 줄도 모르고

웃어가며 캘 텐데 곡소리 닮은 한숨소리만 자꾸 나옵니다.

괜히 일 하기 싫어질 정도로 맥까지 풀립니다.

 

시 어르신은 쇠스랑이 쉽게 들어가지 않아 힘껏 내리칩니다.

젊은 사람 못지않게 몸에 밴 노련함도 무척 버거워보였습니다.

땀은 줄줄 흐르고 거친 숨을 몰아쉬느라 온몸이 들썩거렸습니다.

언니와 나는 부지런히 호미질을 하며 긴 고랑을 쭉쭉 나아갔습니다.

하루에 다 캐지 못하고 며칠이 걸렸습니다.

다 캐는 날에는 집으로 돌아오며 후련하셨으리라.

 

손가락마디처럼 한입크기가 잔뜩 나왔습니다.

못생겨도 맛은 좋다는 말을 시험이라도 하듯

물 없이 찌는 요술냄비에 찝니다.

뜨거워도 냉큼 한입에 넣어보는데 '와 포근포근하고 달다'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두고두고 든든한 한 끼로, 입이 심심함 때는 달게 달래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