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

미끈 유월이 다해갑니다

LO송이VE 2019. 6. 23. 07:08

유월도 중순을 넘어, 올해도 반이 지나갑니다.


그늘이 더없이 좋은 계절입니다.

마을회관에서 낮잠을 주무시는 어르신들을

붕어빵 아이스크림으로 깨웠습니다.

달고 시린 입속에서 이집저집 이야기가

시시콜콜하게 나옵니다.

시간 참 빠르다고 한마디씩 거드는데

듣고만 계시던 어르신이 미끈 유월이라고

보탭니다.

'왜 미끈 유월이라고 했을까'

언뜻 딴생각이 들면서도 사이다처럼 톡 쏩니다.


시골의 유월은 텃밭의 먹거리를 수확하느라 바쁩니다.

비 맞으면 쉽게 썩는다고 날 좋은날 급한 일처럼 합니다.

쪼그리고 앉아  흙만지는 일이 고단해도

배가 부르고 넉넉합니다.


바쁜철답게 날이 밝는 새벽 5시를 넘기면

논밭에 서성대는 모습들이 많습니다.

한창이던 모내기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잎줄기가 누렇게 힘을 잃은 양파는

클 만큼 커서 땅밖으로 보이면 뽑아야 할 때입니다.

뒤를 이어 하지에 캔다는 감자는 비오기 전에 캐야 좋고

마늘캐는 일도 서둘러야 합니다.

벌써 들깨모를 부은 곳도 보입니다.


오이가 길쭉길쭉 싱싱하고

강낭콩은 꽃을 피웁니다.

감꽃이 떨어진 어린 단감은 반질거립니다.

노랗게 수북해진 밤꽃향기는 혼미해지도록

사방에서 진동합니다.


쉴새없이 바쁘면 무엇하나 걸림없이 흘러갑니다.

미끄러지듯 유월이 다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