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

우리집 모내기 하는날~

LO송이VE 2019. 6. 1. 11:01

우리집 모내기를 했습니다.

문밖을 나서면 가장먼저 눈에 들어오는것이

논과 텃밭입니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큰다는 말처럼

자꾸 들여다보며 부지런한 손길을 주는 만큼 잘 자랍니다

어르신들의 말을 보태자면 하늘과 동업자라

하늘이 키우고 주는 만큼 먹게 됩니다.


벼농사의 첫번째 일로 못자리를 하는 날에는

집앞 마당에서 모판을 나르며 흙을 담고 볍씨를 넣는 작업을 했습니다.

집안끼리나 이웃집과 모여서 하는일이라 양도 어마어마 합니다.

몇시간을 쪼그리고 앉아 하다보면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않고

무슨 핑계거리라도 생겨서 도망치고 싶을때도 있었지요.

이웃과 품앗이로 하루도 모자라 이삼일은 꼬박 고된 일이었습니다.


몇해전부터 육모장에서 모를 사다가 심습니다.

논바닥 한쪽에서 연초록으로 자란 모판을 떼는일도 무척 힘든 일이었는데

지금은 필요한 날에 논두렁앞까지 갖다주니 기가막히게 편해졌습니다.

몇몇 집에서는 여전히 가족끼리 못자리를 하는 모습도 귀한 풍경처럼

운좋게 만나기도 합니다.

 

어려서는 일일이 사람손으로 어린 모를 한다발씩 묶어 나르고

양쪽끝으로 줄을 띄워 잡고 그 줄에 맞추어 모를 심어야해서

일손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언니 오빠는 학교도 빠져가며 모쟁이를 해야했고

저도 다리에 달라붙는 거머리가 무서웠지만

부드러운 논흙에 쑥쑥 빠져도 첨벙거리며 모쟁이를 했습니다.

학교안간다는 생각에 흙탕물을 뒤집어써도 마냥 신났습니다.

옛날이야기가 되어 흑백처럼 그려지는 추억입니다.


요즘은 모심는 이앙기 농기계가 너무 좋아서 두사람이면

그 넗은 논에 모를 금방 심어줍니다.

새참시간도 달아나고 다른집 논으로 서두르는 이앙기 손잡이에

간식을 겨우 들려 보냈습니다.

6마지기 논에 삐뚤 삐뚤 줄지어서 파릇 파릇하게 물결칩니다.

터 놓은 물꼬를 막고 세상 뿌듯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며칠뒤에는 뿌리를 잡지 못하고 둥둥 뜬 모를 찾아

모떼우기를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