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눈길을 담다!

부소산의 단풍 숲길을 걸으며...

LO송이VE 2018. 11. 6. 05:06

눈앞의 거리만 보일만큼 안개가 짙은 아침,

출근길에 부소산을 다녀왔습니다.

큰애가 고등학교에 다닐때는 교통편이 좋지않아

일 읍내로 태워다 주면서 습관처럼 부소산을 들렸다가

출근을 했었습니다.


주말은 몰아서 운동하기 좋고 살림하기 좋다고 정해놓고

주말아침에 욕심 부려가며 땀나도록 오르거나

평일에는 어쩌다 마음이 내키면 다녀옵니다.


단풍이 절정을 지나 벌써 낙엽이 쌓여간다는 곳도 많은데

부여 부소산의 단풍은 이제서야 볼만합니다.

해가 갈수록 단풍숲도 예전같지는 않습니다.

한때 벌목작업으로 우거진 숲이 휑하니 썰렁해진것은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삼충사를 지나 바로 숲길로 들어가는 나무들이 우거진

그 숲길을 참 좋아했었습니다. 

그 무엇으로도 채우지 못할것같은 모습으로

뭔가 잔뜩 빠져나간 숲길은 지날때마다 서운했습니다.


구불 구불한 숲길을 오르고 또 오르다보면

금방 좋다소리를 하게 됩니다.

부드러운 흙길을 걸을때는 사뿐하고

상곽길을 걸을때는 나긋나긋해지는 발걸음입니다.

꽃잎처럼 떨어져 수북히 쌓인 낙엽길을 밟는 순간은 푹신한

솜이불위를 걷는것 같아 어린시절 이불을 꿰매는 엄마옆에서

이불위를 뛰어다니며 놀았던 기억도 불쑥 튀어나오고요.


물감을 한번에 다 쏟아부은것마냥 물든 단풍보다는

초록잎 사이에서 서서히 물드는 단풍이 더 아름답게 보입니다.

있는 힘껏 스며들고 물들고 나면 미련없이 갈바람따라 흩어지고

빈 가지만 남겠지요.

뼈만 남은 가지에서 무심히 놓을줄 아는 빈 마음을 읽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