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다

LO송이VE 2016. 7. 23. 07:27

 

 

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다

 

                                        천양희

 

신은 세상의 소리를 잘 들으라고 두 귀를 주었는데

두 귀로 제대로 듣지 않고

한 개의 입으로는 너무 많은 말을 했다

 

남의 말이라고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보낸 말이 너무 많다

 

소음에 길들여진 귀는

참 말은 듣지 않고 거짓말에 홀려

귀머거리인 채로 많이도 살았다

 

세상에 찌든 귀를 물소리에 씻어본다

 

말이 길어질수록

진실과 멀어진다는 말이

바람에 실려와 귀를 때린다

 

좀 생각하며 살라고

세 번 생각한 뒤에 한 번 말하라고

 

열매를 보면서 꽃을 생각하고

빛을 보면서 어둠을 생각하란다

 

꽃은 열매을 위해 피었다 지고

어둠은 빛을 위해 어두운 것이니

별을 보면서 하늘을 생각하고

나무를 보면서 산을 생각하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