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김재진

LO송이VE 2016. 8. 18. 06:08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김재진


남아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아프지 않고 마음 졸이지도 않고
슬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온다던 소식 오지 않고

고지서만 쌓이는 날
배고픈 우체통이 온종일 입 벌리고
빨갛게 서 있는 날
길에 나가 벌 받는 사람처럼
그대를 기다리네.

미워하지 않고 성내지 않고
외롭지 않고 지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까닭 없이 자꾸자꾸 눈물만 흐르는 밤
길에 서서 하염없이 하늘만 쳐다보네

 

걸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바라보기만 해도가슴 따뜻한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8월 첫째주말에 시골친구 두가족이 여름 휴가를 받아 주말을 보내고 갔습니다.

편백나무로 지은 마을펜션에 일찌감치 예약을 해서 그 나무향을 맡으며 하룻밤을

지내려고 했는데 착오가 생겨 오랜만에 집이 북적거렸습니다.

 

동네친구 한가족, 이웃마을에 살았던 친구 가족과 세 가족이 고기구워먹으며

찜통더위는 에어켠에 의지하며 옛날 얘기하느라 하룻밤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뭐라도 같이하고 싶고 뭐라고 다 주고 싶고 해주고 싶은 시간이었습니다.

 

이름만 불러도 눈물이 나고,

생각만 해도 가슴이 철렁 무너지며 아픔이 느껴지는 친구가 있습니다.

작년부터 몸의 이상신호로 루게릭 진단을 받고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친구의 모습에서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더 아프기 전에

더 힘들어지기전에 얼굴한번 보자고 했습니다.

아픈 친구앞에서는 꾹 참았다가 다른친구들과 말만 꺼내도

금세 눈물 바람입니다.

 

늦은 결혼으로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 동갑내기 남편...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아무렇지도 않은듯 잘 견뎌내는 친구가

그 두려움을 혼자서 속으로 삭히는거 같아 너무 안쓰럽습니다.

 

그 곁을 두 아들은 엄마를 잘 챙기며 훌쩍 커버린거 같고,

남편은 더 살갑게 아내를 보살피는 모습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습니다.

아픈친구는 빈자리를 생각하는지 든든하게 아빠자리 지키며

애들과 더 가까워지라고 당부를 합니다.

 

애들은 마을 수영장에서 노는 사이 우리는 궁남지를 다녀왔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피어있던 연꽃, 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어줘 어찌나 좋던지요.

손 꼭 잡고 느린걸음으로 걸어가는 친구부부의 모습에서 행복이 가득합니다.

어떠한 슬픔속에서도 행복이 있다고 하지요.

얼마나 남았을지 아무도 모르는 시간속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은 모조리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기적이라는 것도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다가오는 가을에 또 만나기로 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자고 약속했습니다.

친구야.......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