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무 6

빨간신호등앞에서 만난 시

6월의 단비를 맞으며 생기 있게 한 달을 시작합니다 논산문화원 문화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기운이 올라 있고 마음이 즐겁습니다 빨간 신호등 앞에서 핸드폰을 잠깐 열어봅니다. 페북에 올라온 이재무 시인의 신작 시가 눈에 딱 들어옵니다 운전 중에는 절대로 핸드폰을 보지 않겠다는 다짐이 무너집니다 몇 해 전에 정신 번쩍 나게 했던 접촉사고를 불쑥 불러옵니다. 녹색 신호등을 만나면 운이 좋아 라는 말을 자주 붙였는데 지금은 빨간 신호등이 반갑기까지 합니다. 잠깐의 시간에 캡처를 하고 눈으로 후다닥 읽어봅니다. '무궁화', 와 '사과'라는 시입니다. 그 짧은 시간에도 마음속으로 들어와 멈추게 합니다. 새벽에 되면 한 자 한 자, 한 줄 한 줄 정성을 들일 것입니다. 마음을 들여다보고 가다듬고 둥글..

일상을 담다 2022.06.08

즐거운 소란, 시집을 손에 들다.

기다렸던 이재무 시집 '즐거운 소란'이 눈앞에 있습니다. 지난 부여에서 특강을 들으며 1월쯤에 나온다는 소식은 행복한 기다림이 되었습니다. 페이스북에 출판소식을 보자마자 교보문고로 순간 이동하 듯 구매를 했습니다. 고향에도 시인을 좋아하는 독자가 있습니다. 받자마자 몇 끼 굶은 허기를 채우 듯 허겁지겁 눈으로 읽어갑니다. '그래그래, 그렇구나 하다가 어, 무슨 뜻일까'를 왔다 갔다 하며 한 권을 눈에 담습니다. 그러다 좋다 생각이 드는 페이지는 모서리를 접습니다. 뿌듯하게 책을 덮었다가 다시 펼쳐봅니다. 모서리를 찾아 한 번 더 읽습니다. 색색의 띠지를 붙이고 또박또박 읽어봅니다. 필사를 시작하고 소리 내서 또 읽고 눈을 감고 그림 그리듯 외우는 것으로 시를 온전히 마음에 담습니다. 가방 안에 시집 한 ..

일상을 담다 2022.02.08

한 해를 마무리 하며...

시와 가까이하며 보낸 한 해를 마무리합니다 남편도 덩달아 외워가는 시가 늘어나고 있고요. 참 기분 좋은 일이지요 이재무 시 '뒤적이다'를 읽고 쓰며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큰일이었던 것이 별 거 아닌 것이 되고 아주 작고 사소했던 일이 크고 특별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2021년 아쉬운 듯 홀가분하게 잘 보내고 새 마음이 되어 힘껏 꼭 안아보듯 새해를 반갑게 맞이해야겠습니다. 뒤적이다 이재무 망각에 익숙해진 나이 뒤적이는 일이 자주 생긴다 책을 읽어가다가 지나온 페이지를 뒤적이고 잃어버린 물건 때문에 거듭 동선을 뒤적이고 외출복이 마땅치 않아 옷장을 뒤적인다 바람이 풀잎을 뒤적이는 것을 보다가 달빛이 강물을 뒤적이는 것을 보다가 지난 사랑을 몰래 뒤적이기도 한다 뒤적인다는 것은 내 안에 너를 ..

일상을 담다 2021.12.31

이재무 시인을 만나다~

만나고 싶었던 이재무 시인을 만났습니다. 부여에 사는 시인 친구가 부여문화원에서 특강이 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언젠가 눈에 들어온 시 '김치찌개'는 고 3 때 돌아가셨던 아버지가 불쑥 생각났습니다. 눈앞에 그려지는 아버지 모습은 지금의 내 나이 51살입니다.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환하게 그려낼 수 있습니다. 시인은 우리 마을이 고향이라는 말을 듣고 놀랐고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검색만 하면 튀어나오는 시들이 좋아서 시집을 자꾸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한 권 , 두 권 책꽂이에 늘어날수록 바라보는 행복까지 생겼습니다. 마음에 쿵 들어오는 페이지는 금방이라도 볼 수 있도록 색띠지의 꽃을 피웠습니다. 시가 좋다는 이유로 무턱대고 반갑고 좋은 시인을 눈앞에서 만나니 즐거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습..

일상을 담다 2021.12.24

간절 - 이재무

묶여있는 몸은 가까운 부소산 산책을 하며 풀고 만나지 못해 시들하고 가라앉는 마음은 시를 읽으며 달래고 있습니다. 요즘 이재무 시인의 시를 찬찬히 읽고 있습니다. 간절 이재무 삶에서 '간절'이 빠져나간 뒤 사내는 갑자기 늙기 시작하였다 활어가 품은 알같이 우글거리던 그 많던 '간절'을 누가 다 먹어치웠나 '간절'이 빠져나간 뒤 몸 쉬 달아오르지 않는다 달아오르지 않음으로 절실하지 않고 절실하지 않음으로 지성을 다할 수 없다 여생을 나무토막처럼 살 수는 없는 일 사내는 '간절'을 찾아 나선다 공같이 튀는 탄력을 다시 살아야 한다. 문학과 지성 (2011) 시소의 관계 이재무 놀이터 시소 놀이하는 아이들 구김살 없이 환한 얼굴 넋 놓다 바라다본다 저 단순한 동어반복 속에 황금 비율이 들어 있구나 사랑이란 비..

부활을 꿈꾸며 - 이재무

부활을 꿈꾸며 이재무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숨이 찬 것은 딱딱하고 두꺼워지는 공기 때문만은 아니다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내가 읽어야 할 저 벅찬 운문의 깊이 나뭇가지 하나 하나가 회초리 되어 내 부패한 살이 아프다 잘 여문 상수리 한 알 떨어져 발밑으로 구르다가 멈춘다 저 한 알의 침묵이 태산처럼 무거워 나는 웃옷 벗어 어깨에 걸친다 지난 계절 나는 스캔들로 지나치게 마음이 분주했고 수다스러웠다 슬픔과 상처는 약 되지 못하고 독이 되어 나를 쓰러뜨렸다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아픈 발의 투정이 더욱 심해진 것은 가팔라지는 길 탓만은 아니다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내가 들어야 할 저 절절한 푸른사연과 고백 나뭇잎 하나 하나가 눈물이 되어 썰물 뒤의 개펄 같은 마음을 덮는다 비탈에 오롯이 서서 암향을 마을쪽으로 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