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6

깨알 점에 웃는 가을

"오후에 시간 되니?" 친정 언니의 전화다. 형부는 집집마다 벼 추수로 한창이고 언니는 밭작물 수확에 바쁜 몸이다. 구십 넘은 시아버님이 옆에서 거드는 게 편치 않아 여동생을 부른 것이다. 대추 수확을 마무리 짓고 여유가 나는가 싶어도 시골 일이란 게 끝이 없다 특히 밭작물은 손이 많이 가고 힘이 든다. 거뜬한 몸으로 겁 없이 척척 해내던 밭일도 나이 들면서 겁이 난단다. 그 마음을 알기에 주저 없이 언니네 들깨밭으로 간다. 대추밭 하우스의 옆에 들깨 털 준비가 되어있다. 파란 멍석을 깔고 그 위에 망사멍석을 깔았다. 도리깨는 없고 나무 막대기와 사과를 담는 박스를 엎어놓았다. 아침 일찍 이슬로 젖은 들깻단을 옮겨놓았단다. 잘 마른 들깨는 살짝 건들기만 해도 우수수 소리가 난다. 수북하게 쌓인 들깻단이 ..

일상을 담다 2023.10.24

양파 모를 심다

곱게 물들어가는 부소산에 아침 운동부터 다녀온다. 전날 친정 언니 옆집에서 양마 모를 만 원어치 샀다. 나중에 풀매기 힘들다고 아예 비닐까지 챙겨준다. 고구마를 캐고 난 자리에 땅을 편편하게 고르고 비닐을 씌운다. 때마침 자전거를 땀나도록 타고 온 남편이 거들어 주니 금방 끝난다. 양마 모를 심기 좋게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이 뚫린 비닐이다. 금방 심겠다고 했는데 어찌 쉽게 구멍이 줄어들지 않는다 심은 자리 보다가 뒤돌아 남은 구멍을 바라본다 농사일을 하면서 나름 힘들 때마다 혼자 하는 말이 있다 '운동한다 생각하자, 다이어트한다고 생각하자' 그러면 정말이지 힘이 덜 들고 즐거워진다 어느새 줄어든 양파 모를 보니 힘이 더 난다 구멍마다 줄을 선 듯 양파 모가 예쁘기까지 하다. 텃밭 일은 보통 내 몫이지만 ..

일상을 담다 2022.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