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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가을 맛을 보다

뭘 해도 좋은 아침을 맞습니다 한 가지 일을 즐겁게 마치고 나니 하기 싫었던 일들도 성큼 손에 잡힙니다. 약속된 일에 마음을 쓰며 호미를 들지 못했던 텃밭을 이제야 눈이 갑니다. 배춧잎은 자리를 채워가듯 크고 어린 무잎도 무성하게 잘 자라 솎아줘야 합니다. 영글기를 바라며 미뤘던 땅콩을 캡니다. 미리 두어 줄기 캐서 맛을 보긴 했는데 어찌 크기도 작고 야무지지 못한 것이 영 시원찮습니다. 다글다글 달려 나오는 땅콩이 좋아서 호미질이 빨라집니다. 금방 캔 땅콩은 쪄서 먹는 맛이 참 좋습니다. 그 맛에 해마다 땅콩을 심습니다. 맛을 올리려고 소금도 잊지 않고 넣어 삶습니다. 나머지는 아까울 정도로 좋은 가을볕에 바짝 말립니다. 손끝이 아플 정도로 단단해진 껍질을 벗겨 노릇하게 볶습니다. 진동하는 고소한 냄새..

일상을 담다 2022.09.21

사비마루에서 즐기는 시낭송~

2년 전 어느 여름날 아침 걷기 운동을 하며 가슴에 쏙 들어온 시가 있습니다. 정끝별 시 '가지가 담을 넘을 때'입니다. 코로나19로 점점 사람 만나는 일이 뜸해지고 집 밖을 나서기가 불안했습니다. 시 낭송 대회 준비를 해야 하는데 여러 가지로 묶여 버리니 다짐도 쉬 무너집니다. 내색은 안 해도 마음속은 늘 비교당하며 주눅이 드는 모습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핑계 삼아 마음 놓고 있다가 이러다 진짜 못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조급해졌습니다. 그러던 차에 들려왔던 시 한 편의 낭송입니다. 슬며시 손잡아주며 힘내라는 말 같았습니다. 시 한 줄 한 줄이 쏙쏙 들어와 박힙니다 시가 주는 위로가 이렇게 크고 다정합니다. 누군가가 들려주는 시 낭송을 들으며 점점 얼굴이 환해지고 마음마저 밝아졌던 그 순간을 다시 ..

일상을 담다 2022.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