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

들마루에 가득한 어머니의 손길

LO송이VE 2011. 10. 26. 09:31

구불구불 좁은 길모퉁이를 지나 마을꼭대기에 다다른 어느 어르신의 집,

마루바닥이며 뜰팡 곳곳에 어머니의 손길로 가득합니다.

한평생 손에서 일을 놓지못하는 어머니는 호박, 가지, 고추, 땅콩등 겨우내

먹을거리를 볕이 좋다는 가을햇살로 말리고 있습니다.


까매지고 거친손으로 손수 이것저것 따다가 찌고 다듬어서
말려지는 겨울먹거리인 나물과 주점부리들이 금방 튀겨낸 튀김처럼

바스락소리를 내려고 넘치도록 쏟아지는 햇살을 온전히 다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한가지씩 먹거리가 준비될때마다 전화기너머로 들려오는 반가운 목소리에

자글 자글 주름진얼굴이 환해집니다.

매일같이 같이하고픈 자식이 떨어져 사니 그립기만 한 모양입니다.

 

하루해가 모자랄정도로 바쁜 요즘, 눈만뜨면 밥한술 뜨고 나가셔서 저녁때나

들어올 정도로 온종일 들에서 보내는 어머니는 가을무가 맛있는 지금,

총각김치 담아놓고 새콤하게 익혀 김치통에 가득 채워 부엌한켠에 놓고 나가십니다.

조용한 빈집에 어머니의 숨결이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보기만해도 어머니의 한없는 사랑으로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가을걷이를 하여 정성껏 이것저것 밑반찬이 되어줄 먹거리를 매만지며

자식의 얼굴을 먼저 그리시는 어머니입니다.

나이들어 입맛도 모른다는 당신생각은 뒤전이고, 자식입속으로 들어갈 생각만해도

기운이 저절로 난다는 어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